우리 부산대학교의 교훈은 진리, 자유, 봉사 세 가지다.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본교의 설립자이신 윤인구 총장의 유고집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에 실린 그분의 총장 취임사를 보면 그 숨은 뜻을 알 수 있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2월 10일자로 되어있는 그 분의 취임사를 보면, 그 세 항목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진리 개념과 관련해서 보자면 부산대학은 지역의 거점대학으로서 세계문화의 창조에 기여해야 하자는 의미다. 부산대학이 위치한 영남 지역은 예로부터 불교의 원효와 유교의 퇴계를 배출한 곳으로서 외래문화를 독창적으로 수용해 우수한 문화를 창조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바, 부산대학은 향후에도“ 신문화를 깊이 또는 바르게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며 나아가서는 우리 민족의 독창적인 면에 큰 공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전통과 혁신이 융합된 진리 개념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자유와 관련해서 보자면 “이 대학은 이 나라의 聖所(성소)”이니 진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정치나 상업적 이해관계를 막아내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서양의 개인주의 전통에서 생각하기 쉬운 자유분방한 개인의 자유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자유는 “질서있는 자유”, 다시 말해 보편적 진리를 지키기 위한 자유일 뿐이다.

셋째, 봉사는 대학의 궁극적 목표로서 누누이 강조된다. 그것은 사회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모든 학문과 기술의 습득은‘ 사람됨’을 위한 하나의 수련도구에 불과할 것입니다. [...] 이 학원의 책임자의 셋째 임무는 바치는 일이니 이 학원을 위해 바치는 일이며, 이 나라를 위하여 이 학원을 바치는 일이며, 이 민족을 위하여 이곳에서 자라는 우리 젊은이들을 바치는 일입니다. [...] 우리 대학교가 이 민족, 이 국가 그리고 이 세계의 행복과 발전을 위하는 희생과 봉사의 일꾼이 자라나는 학문의 동산이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 의미에서 오늘의 우리 종합대학교 개교식은 동시에 봉헌식이니 이것은 이 민족, 이 국가를 위한 헌납식이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부산대학이 6개 단과대학을 갖춘 국립종합대학교로 승격한 이후 71년이 지난 오늘날 시대는 많이 변화하였다. 교육부는 국립대학교에도 글로벌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경쟁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3월에 학과 통폐합, 입학정원 감축 등의 구조조정 전제 하에 총 2,031억 원을 지원 하는‘ 지방대학 특성화 (CK-1: University for Creative Korea)’ 사업을 통해서 전국의 대학들에게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도 여러 학과가 크고 작은 형태의 사업단을 구성하여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변화된 시대적 상황에서 부산대학이 능동적으로 적응하면서도 개교식 날의 원대한 꿈을“ 원천”으로서 기억하며 오늘날 되살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직원은 학교를 위해 몸을 바치고,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학생은 사회를 위해 몸을 바치는 대학이 되는 길은? 부산대학 모든 구성원들의 지혜로운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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