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가 2014년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석권했다. 사실 <그래비티>는 참 이상한 영화다. 모든 내용이 과학적인 사실만으로 구성되었음에도, 어떤 SF 보다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니까 말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있다. 우주인들이 왜 지구로 떨어지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야한다. 물리이론이 나온다고 당황하지 마시고 조금만 참고 읽어보시라. 첫째,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서로 당긴다. 중력이라 불리는 힘 때 문이다. 둘째, 가속하는 물체는 가속 반대 방향으로 힘이 작용한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 이를 관성력이라 부른다. 급정거하는 버스에서 몸이 앞으로 쏠리는 이유다. 사실 몸이 앞으로 쏠리지만 그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힘이 있다고 착각하는 거다.

자,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우주인들은 왜 지구로 떨어지지 않는가? 답: 우주인은 지구로 떨어지는 중이다. 무슨 소리야? 공중에 둥둥 떠 있지 않은가? 이것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달도 지구로 낙하하고 있다. 지상에서 떨어지는 사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만 초기에 지구 표면에 수직한 방향으로 던져졌다는 것이다. 달이 지구로 떨어지는 정도와 지구의 곡률이 일치하여 달은 계속 낙하하고 있지만, 지구표면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럼 인공위성은 왜 하늘에 떠 있을까? 인공위성도 마찬가지로 낙하하는 중이다. 낙하한다는 것은 지구를 향해 가속한다는 거다. 사과를 놓으면 아랫방향으로 속도가 점점 커지지 않는가? 급정거하는 버스로 설명한 것처럼 가속하면 관성력이 생긴다. 중력의 경우는 공교롭게도 관성력이 중력과 정확히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가 된다. 인공위성 내부에서 무중력이 되는 이유다. 그럼 이제 <그래비티>의 우주인들이 무중력상태에 있는 이유를 알았으리라. 이들은 낙하하는 중이고 따라서 중력을 느낄 수 없다.

여전히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겠다. 이러니 물리를 그만둔다고 투덜거릴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갈릴레오가 죽을 뻔 했다는 사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갈릴레오가 말했을 때, 그는 지구의 자전이 아니라 공전을 이야기한 거다. 이에 대해 당시의 사람들은 조소를 던졌다. 지구가 도는데 왜 우리는 지구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가? 지구가 도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태양으로 낙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에 관한한 우리는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이다. 사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시속 1만 7,00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천동설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두자. 태양도 정지한 것이 아니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중심으로 낙하하고 있다. 달은 지구로, 지구는 태양으로, 태양은 은하 중심으로 낙하 중이고, 그 효과들은 모두 중력과 상쇄되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리 인간은 낙하하지 않기 때문에 중력을 느낀다.

<그래비티>가 주는 평범하지만 심오한 교훈이다. 중력이 버겁다고 느껴지면 뛰어내리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 몸을 내맡기면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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