쳔혜의 요새 마사다(Masada). 거기에 로마의 군인들이 무혈입성했을 때 그들은 집단자살한 유대인 960명의 시체를 보아야만 했다. 그것은 파멸적 ‘광기’의 최종적인 선택이었으며, 그런 광기는‘ 신성’에의 봉헌과 맞닿은 것이었다. 마사다를 찾아 순례하는 오늘의 유대인들, 이른바 ‘기억하는 민족’에 대해 소설가 이승우는 자신의 순례기 속에다 이렇게 적었다.“ 유대인들은 마사다에 와서 그 날의 집단 자살극을 기억한다. 그들은 기억하는 민족이다.그들은 출애굽을 기억하고, 바빌론을 기억하고, 예루살렘의 파괴를 기억하고, 아우슈비츠를 기억하고, 그리고 마사다를 기억한다.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최고의 학습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는 것. 거기서 그들의 힘이 나온다. 마사다에서, 혹은 통곡의 벽과 야드 바셈에서 광기의 역사에 대한 기억을 곱씹으며 그들은 신의 뜻을 헤아리고 민족의 운명을 묵상하고 인간의 광기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이승우, <내 영혼의 지도>, 202~3쪽) 신성이 추동한 광기의 현장이며 동시에 그 광기의 역사 속에서 다시 신성을 향해 나아가려는 유대민족의 의지가 서린 장소, 거기가 마사다다. 그곳은 신성과 광기가 서로를 물들이고 오염시키는 곤혹스런 장소라는 점에서 신성화된 형태로 재편되고 합성된 삶의 실제적 관계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사고의 장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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