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정산성 북문 인근 습지에는 억새와 마른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산성 복원 공사에 쓰이는 자재까지 쌓여있다

금정산성 북문 인근, 자연 자원의 보고인 습지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5천만 원을 투입해 습지를 복원하려 했지만, 토지 소유주를 설득하지 못해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이에‘ 부산시가 복원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금정산성 북문 인근에는 총 4개의 습지가 산재한다. 이곳은 1988년 산장과 광장이 생기면서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야유회와 취사 행위로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쌓여갔다. 김만일(청룡동, 68) 씨는“ 당시에는 습지는 물이 빠져 못 쓰는 땅이라는 인식이 많았다”며“ 습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1988년 부산시가 습지에 1,000여 톤의 쓰레기를 몰래 파묻은 사실이 15년이 지나서야 밝혀지기도했다.

당시 습지의 불법 쓰레기 매립지 사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부산시와 금정구청이 환경단체와 함께 습지복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습지는 본연의 모습은 잃고 마른 바닥만을 드러내고 있다. 습지대에 서식하던 하늘산제비난과 분취 등 희귀식생들은 자취를 감춘 지오래고, 산과 들에서 주로 자라는 억새와 나뭇가지만 무성하다.

이에 부산시가 뒤늦게 복원에 나섰지만, 토지 소유주를 설득하지 못해 예산이 집행되지 못했다. 올해는 습지 복원을 위한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도 않았다. 부산시 환경정책과 조준영 씨는“ 금정산의 80% 정도가 사유지다 보니 소유주 허가 없이 복원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라며“ 4월 중으로 다시 한 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원 사업이 난항을 겪자 환경단체는‘ 부산시가 습지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보호운동실천연합 강종인 회장은“ 그린벨트에 묶여 개발도 못 하는 땅을 매수하지 못하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며“ 이미 수년간 논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이 같은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복원 계획이 실현된다더라도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시가 진행하려는 사업 계획에는‘ 약수터인 세심정의 물을 끌어다 습지에 공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심정은 지하 80m 아래 지하수를 끌어다 운영된다.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됐지만, 습지로 향하던 물길을 세심정이 다 빨아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금정산지킴이단 허탁 단장은“ 습지를 복원하기 위해선 문제의 근원인 세심정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습지는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자연의 보고다. 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정화조역할을 하여‘ 자연의 콩팥’으로 불린다. 또한 비가 많이 오면 스펀지와 같이 물을 머금어, 물의 흐름을 지연시키고 유량을 조절하는‘ 녹색 댐’의 기능도 한다. 허탁 단장은 “습지는 지질학에 있어 살아있는 역사와 같다”며“ 부산시가 보다 적극적인 보존 의지를 갖추기 위해선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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