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부는 △원격진료 △의료기관 자법인 설립 인수합병 허용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 영리화 수순’이라며 집단 휴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반대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낮은 의료 수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정책 중단뿐만 아니라 의료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의료공공성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투쟁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있었던 1차 휴진에서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는 47.4%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휴진율을 보였다. 이에 오는 24일 예정된 2차 집단휴진에 의료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원격 진료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및 인수합병 허용 등 정부의 의료 정책 및 건강보험제도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중 20.9%가 휴진해 당초 예상보다 낮은 휴진율을 보였지만, 부산시는 전체 2,115개 의원 중 47.4%(1,002곳)가 휴진해 세종특별자치시(65.5%)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휴진율을 보였다. 의협 집계에서도 부산의 휴진율은 70.6%로 최고 수준이었다. 부산시의사회 관계자는“ 원격 진료가 도입될경우 수도권 지역 대형 병원에 환자가 몰릴 것으로 우려돼 지방 영세 의원들이 많이 참여한 것 같다”고 전했다.

▲ 일러스트=최정현

부산 지역 중에서 가장 높은 휴진율을 기록한 군·구는 기장군이었다. 기장군은 전체 61곳 의원 중 48곳이 휴진해 78.7%의 휴진율을 보였고, 사상구(62.6%), 금정구(59.2%)가 뒤를 이었다. 이에 동네 병원을 찾았던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지민(신문방송 3) 씨는“ 수업도 빠지고 병원에 갔지만 문이 닫혀있었다”며“ 다른 병원에도 두 곳이나 들렸지만 진료하는 곳이 없었고,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인근 병원도 전화를 받지 않아 결국 진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보건소들은 연장 근무에 들어갔다. 기장군보건소 문환수 씨는“ 휴진일에 평소보다 3~4배 많은 환자들이 몰려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졌다”며“ 오후 8시까지 진료했지만 환자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오는 24일 2차 휴진이 실시될 경우에도 연장 진료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정구보건소 김철규 계장은“ 2차 휴진은 예정된 기간도 길기 때문에 의사들이 휴진 계획을 이행할 경우 보건소도 연장 근무할 계획”이라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필수 의료 인력도 휴진 예정 ‘중증 환자 진료 빨간불’

의료계의 집단 휴진은 2000년 의약분업사태 후 14년 만이다. 당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등 의료대란이 일어났지만, 이번 파업은 개원의와 봉직의, 전공의 등의 이해관계가 달라 휴진율이 높지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정부가 휴진에 동참하는 의원에 대해 면허 취소 등 강경책을 내세우자 전공의들의 휴진 참여가 늘었다. 지난 10일 부산에서는 부산대학교병원 등 4개 대학병원과 17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913명 중 절반가량이 휴진했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122명의 전공의 모두가 휴진에 동참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이 높은 참여율을 보이면서, 환자들은 오는 24일부터 시작되는 2차 집단 휴진을 우려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휴진은 중증질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1차 휴진은 하루에 불과해 대체 근무 인력이 투입될 수 있었고,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근무하는 필수 의료 인력들이 정상 진료해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2차 휴진은 6일간 진행되고 필수 의료 인력들까지 동참할 예정이기 때문에 중증환자들이 진료 받는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상호 이사는“ 의사들의 진료 공백으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해 질병이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환자가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2차 휴진 가상 시나리오, 의료대란 일어날까

▲ <상급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의협이 당초 예정대로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경우, 부산 지역 환자들이 큰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년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이 한 달에 25일을 진료한다고 가정했을 때 부산 지역 전체 의원의 하루 평균 외래 환자 수는 12만 3,155명으로 나타났다. 1개 의원에서 하루 평균 59명의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부산 지역 의원의 절반만 휴진해도 하루 6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진료받는데 차질을 겪게 된다.

전공의가 2차 휴진에 참여할 경우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위치한 4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연중무휴로 진료한다고 가정해도, 각 병원의 하루 평균 입원 환자 수는 878.6명, 하루 평균 외래 환자 수는 1,583.5명에 달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들은 1차 휴진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2차 휴진 참여 가능성이 매우 높아, 6일간 총 3만 8천여 명의 상급종합병원 외래 환자가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수 의료 인력들이 6일간 휴진에 돌입할 경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12년 응급의료현황통계를 분석한 결과, 부산 지역의 주요 응급 질환자 수는 하루 평균 33.2명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급성심근경색, 중증 외상 등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들이 제시간에 진료를 받지 못할 경우 생명이 위독해지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사협회 타협 이뤄질까

도움말

*의원급 의료기관 :
병상 수가 30개보다 적은 의료기관으로,
주로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 행위를 한
다. 일반적으로 동네 의원을 이른다.

*상급종합병원 :
100개 이상의 병상, 20개 이상의 진료과
목을 갖추고 각 진료과목마다 전문의를 둔
의료기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지정된
다. 부산에서는 △부산대학교병원 △고신
대학교 복음병원 △동아대학교병원 △인
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이 지정됐다.

*필수 의료 인력:
응급 및 중증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필수
적으로 갖추어야 할 인력이다. 환자 진료
를 위해 24시간 동안 교대 근무하며, 일반
적으로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일하는
의료 인력을 이른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협의 조속한 합의가 요구된다. 의협 협상단은 정부와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5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고, 지난 2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협 측 집행부가 합의 내용을 거부해 지난 10일 휴진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와 의협, 상호 간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라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14일부터 협의가 재개됐다. 의협은 정부와 협의 결과에 따라 회원 투표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18일까지 논의를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또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신속하게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르면 오늘(17일) 내로 2차 집단 휴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호 이사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의료 영리화를 반대한다고 말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협의해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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