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밤에 잠을 청할 때마다 밀려오는 불안함과 보이지 않는 막막한 미래에 괴로워했다.‘ 취업이 안되면 내 나이가 지금’ 그때 필자는 조급했고 초조했다.

다행히 석사를 졸업한 후 외국계 화학 기업에 취업을 했고, 처음 경험하는 직장 생활과 업무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석사 시절에 비하여 일이 어려운 것도,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닌 반면, 경제적으론 훨씬 풍요로울 수 있는 좋은 직장이었다. 하지만 점점 출근을 하자마자 퇴근을 기다리며 남은 시간을 헤아렸고 달력을 넘기며 남은 월급날을 헤아렸다‘. 돈을 모아서 돈을 모으면’ 그 때 필자는 돈을 모아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생각했고 돈이 있는 미래를 위해 일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은 필자에게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었고 그에 따라 지독한 월요병에 시달리곤 했다. 시작은 향수였다‘. 선배. 저는 연구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술한 잔 하던 스스로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실험에 끙끙대며 머리를 쥐어뜯던 자신이 그리웠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자괴감.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가기 싫다’고 생각하는 스스로가 한심했고, 출근길 탁한 하늘을 바라보는 그 상황이 괴로웠다. 그때 필자의 현재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필자는 회사를 그만뒀다.

과거, 현재, 미래 중 사람들은 저마다 중요시하는 시간이 다르다. 이는 가치관의 차이일 뿐 어느 것이 맞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필자의 경우 현재 지향형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미래를 위한 하루가 아니라 지금 스스로를 위한 하루를 보내고, 미래를 기다리며 헤아리는 하루가 아니라 어제와 다른 나를 볼 수 있는 하루를 사랑하는 것. 이것이 항상 필자가 꿈꾸어 왔던 삶이었고, 나이를 먹으며 커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 동안 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건너가야만 하는 강이 있다. 조급해하며 강을 건너고 보니 강 너머도 별게 아니었고 강물이 아쉬워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울고만 있었다. 깨닫기까지는 길었지만 결정은 빨랐다. 강물에서 놀다가 가도 늦지 않는다. 아직 젊으니까. 필자는 강물에 뛰어들었다.

요즘 필자는 출근 준비를 하며 오늘의 업무를, 계획을, 실험 과정을, 기대되는 결과를 그려본다. 연구실로 향하며 불투명한 미래가 아닌 화창한 오늘의 하늘을 보며 미소 짓는다.

학위를 따고 나면 무얼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필자는 먼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지금 하는 일이, 공부가, 연구가 좋기에 당장의 오늘을, 바로 내일을 꿈꾸고 기대한다. 때론 힘들고 절망스럽고 막막한 미래의 불안감이 찾아오기도 하겠지만 그걸 견디게 하는 건 미래의 성공한 스스로의 모습이 아닌 지금 자신의 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일 것이다. 필자는 2014학년도 박사과정 신입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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