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학업, 경력관리, 진로를 고민하며 동시에 취업을 위한 갖가지 스펙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런 힘든 대학생활을 돕기 위해 이번 3월부터 학교는‘ 지도교수상담제’를 운영한다. 이미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국립대학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대학이라면 꼭 펼쳐야 할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런데 우리대학‘ 지도교수 상담제’의 속을 보면 빈 곳이 많아 보인다.

제도 시행을 위해 학교는 우선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의견조회를 거쳤고, 이후 이 제도가 포함된 PASS 시스템에 관한 설명회도 있었다. 주로 운영을 위한 행정절차, 상담시행, 결과 기록 및 보고가 강조되어 있다. 대학평가 실적과 관련되는 까닭일 터이다. 그런데 교수에게는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와 운영방법, 상담 매뉴얼 등 구체적인 정보와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안내되지 않았다. 올해 신입생들을 위한‘ 대학생활안내’ 팸플릿의 수많은 내용 중‘ 지도교수상담’은 물론 학습 혹은 심리 관련 상담에 관한 조그만 정보도 찾아볼 수 없음이 그 단적인 예이다.

정작‘ 지도교수상담’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차제에 학교는 이와 연계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상담시스템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도교수는 상담 전문가들이 아니다. 따라서 지도교수가 상담하기 힘든 학생의 경우, 교내의 전문 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학습상담은 교수학습지원센터로, 심리상담은 미래인재개발원의 상담부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이며 근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의 본질적인 의미를 살리자는 것이다. 최근 더욱 어려워진 학교 안 팎의 환경 탓에 대학생활 중 학습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고통을 겪는 학생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학업 포기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사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학교는 당장의 관련 현실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교내 유일한 학생 전문상담 기관인 상담부의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등 다양한 심리장애 및 자살과 관련된‘ 위기사례’ 상담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8명의 상담인력 중 전임인력은 고작 2명에 불과하다. 대략 연평균 2,300건, 그중 15%에 이르는‘ 위기사례’ 상담까지 이들이 모두 소화해야 하는 까닭에, 학생들은 상담신청 후 평균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2012년 여름, 신청 후 제때 상담받지 못했던 한 학생이 결국 교내에서 투신해버린 사건은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학습, 진로탐색, 취업 등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와 연관된, 혹은 대학생, 인간으로서 직면하는 심리장애 문제 또한 중요하며, 동시에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 학생들은 결코 밝은 미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미래에 결국 학교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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