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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러운이야기]"안녕들하십니까"
  • 박상필(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4.03.10 12:28
  • 호수 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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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이곳저곳에서 생명의 끈을 놓는 사람들의 소식을 자주 전해 듣는다. 참으로 서글프고 마음 아픈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들 중에서 정말 참하게 세상을 살아가려고 땀흘렸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삶을 더 이상 지탱시킬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없거나 약해지지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그래서 그럴까? 가끔 이웃이 전하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일상적인 인사말조차 섬뜩하게 들리기도 한다. 가볍게 건네는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지를 묻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 원인의 근원은 정체성(identity)에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정체성의 상실은 곧 생명지속력의 종말을 의미한다. 정체성은 내가 나이고 네가 너임을 알아차리는 데에서 출발하여 세상(world)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채워지고 다듬어진다. 내 존재의 이유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지속시키는 근원적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정체성이 흐릿해지거나 흔들리면 존재의 이유가 위협받고 삶의 에너지도 약해지기 쉽다.

‘정체성의 위기’는 상처받기 쉬운 ‘취약성(vulnerability)’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 이미 여러 징후들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 누가 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세상에 드리워진 불안의 그림자와 두려움의 소용돌이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더욱 걱정스럽다.

이제‘ 정체성의 위기’에 취약한 양상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경계에 바로‘ 지역(regional place)’이 있다. 나와 세상의 관계를 보다 구체화하고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바로 지역이다. 지역은 나의 활동이 투영된 일정한 공간영역을 의미한다. 동네가 될 수 있고 도시가 될 수 있으며 더욱 넓게도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지역들은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해 왔으며 그곳에는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새겨 놓은 의미 있는 흔적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그 속에 현재를 살고 있는 나와 우리를 발견할때, 나의 정체성은 보다 뚜렷해 질수 있다. 나와 내 주변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지역 정체성(local identity)은 나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삶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몸과 마음에 스며든 시간이 실어 나른 기억과 흔적들이 이루는 특별함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누구인지 궁금한가? 나의 삶이 펼쳐지는 이 시간과 지역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따져 묻고 싶은가? 그렇다면 세 편의 영화 속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시간 속에서 나와 지역의 관계를 생각하려면‘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에 등장하는 토토의 삶과 만나길 추천한다. 웅장한 자연에 순응한 지역문화에 빠지려면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 1990)’의 존 덴버와 만나길 추천한다. 또한, 지역에서 창조적 영감을 찾는 위대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카핑 베토벤(Copying Veethoven, 2006)’ 속의 베토벤을 만나길 추천한다. 무엇보다도 나뭇가지 껍질을 뚫고 새싹이 터져 오르는 지금, 잠시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품 안에 나를 맡기고 느껴보길 바란다. 가슴 속에 터져 오르는 생명의 힘을 느꼈다면 이것이 바로 지역이 당신에게 전달한 정체성의 힘이다. 지금 당신의 정체성은 안녕하신가?

박상필(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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