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약속한 정치 분야 주요 공약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석 달가량 앞둔 현재까지 이 제도는 그대로 살아있다.

집권정당인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완강히 반대한다(야권의 일부 의원들도 내심으로 반대한다고 한다). 그들은, 만약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을 판단하기 어렵고’‘, 지방자치에서 정당의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없게 된다’는 등의 문제점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이란 것은 대선공약을 만들 때 당연히 검토했을 것인데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궁색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진다.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는 폐지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이 오래전부터 여론의 지지를 받아온 이유는, 국민들이 정당공천제도의 실상을 거의 훤히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유권자 앞에서 지극히 자세를 낮춘다. 국회의원의 승용차가 지역구 경계를 넘어들어갈 때면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겸손 모드’로 들어간다고 한다. 어쨌거나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자신이 공천하여 당선된 사람들, 또 그들과 공천경쟁을 벌일 정치지망자들 앞에서는 다르다.

그들에게 국회의원은 확실한 갑이다. 그들의 충성경쟁은 볼만하다. 공항영접을 나가기도 하고 배우자가 국회의원 가정의 대소사에 노력 봉사를 하기도 한다. 그들을 통하여 지역구를 관리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공직자의 금품수수는 적발하기가 매우 어려워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는데도 공천헌금 사건이 끊이질 않는다. 요컨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통하여 국회의원은 그의 권력 작동을 실감한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아직도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영·호남 지역주의로 인하여 더욱 증폭된다. 바꾸어 말하면 지역주의로 인하여 ‘특정 정당의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이 여전히 성립하고, 그래서 공천권은 더욱 막강한 권한이 된다. 그러므로 만약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후보자에게서 공천헌금을 받는다면 공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매관매직이 된다.

그들이‘ 지방자치에서 정당의 책임정치 실현’이라고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정당이 지방자치를 지도하고 책임지는 모습보다는 단체장을 통하여 정당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단체장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꼴을 훨씬 많이 보아왔다.

또, 정당공천이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일면이 있지만, 오히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면도 간과할 수 없다. 가령, 참되고 유능한 일꾼이라도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아예 유권자의 고려 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하에서는 당선된 사람들(공천을 받았고 다음 선거에서 받아야 할 사람들)이 시민의 요구와 정당의 요구가 대립되는 사안에서 대개는 공천권자인 정당의 요구를 따른다.

필자가 더 긴 말을 할 필요도 없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옳다고 판단하였기에 공약한 것일 게다. 그런데 집권여당이 그 공약이행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지금(2.28)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은 금이라고 하지만 오만이거나 무책임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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