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글이 써지지 않는 그런 날이, 헤밍웨이한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럴 때면 벽난로 앞에 앉아 귤껍질을 눌러 짜며 타닥타닥 튀는 불꽃을 바라보거나, 창가의 지붕에서 파리의 야경을 보면서,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한 문장을 쓰는 것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가 살면서 원래 알고 있거나, 어딘가에서 읽었거나, 혹은 누군가에게서 들은 몇몇 진실한 문장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이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고 했다. 그 한 문장을 찾는 작업이 끝나면, 언제나 수월하게 글쓰기가 진행되었다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원래 알고 있었거나, 어딘가에서 읽었거나, 혹은 남들에게 들어서 알게 된 진실한 한 문장. 분명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분명 그런 각자의 진실한 한 문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일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일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나 오늘 너무 힘들다’라는 하소연일 수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같은 자책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많은 명백한 진실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필자에게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만한 진실한 한 문장이 없다. 애석하게도, 그것이 지금 필자의 진실한 한 문장이다.

아니 어쩌면, 사실은 지금 필자는 그 진실한 한 문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필자가 그 진실만큼 진실하지 못한 사람이라서, 그 진실한 한 문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필자에게 너무나도 쑥스럽거나, 부끄럽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 사실 쓰고 싶은 한 문장이 있는데 모르는 척 숨겨두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진실이라는 것은, 사실과 달라서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진실이라는 것은 가끔 그런 것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오히려 안 듣는 게 나았을 것 같아 후회하기도 하고, 내가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오해라고 밝혀지기도 하는 것. 그래서 사람을 멀어지게도 하고, 가까워지게도 하는 것. 가끔은 그런 게 진실한 문장이라는 것이라서, 이름으로는 참 깨끗하고 맑고 순수해보이지만 그래서 때로는 굉장히 무서운, 진실에는 그래서 강한 힘이 있다. 최근에 있었던 어떤 예시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문장이 아마도 그 진실의 힘을 보여주는 단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찌됐든 다들 ‘안녕하지는 않았던’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한 한 문장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 말이 사람들을 또 묶기도 하고, 묻게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게 한 것이라고, 그런 생각을 한다. 분명 또 어딘가에서 언젠가, 한 번 더 그런 공감을 얻을 만한 문장이 생길 것만 같다.

헤밍웨이는 아니지만, 그렇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실한 한 문장을 담아 글을 써 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닌 필자 앞의 한 사람에게라도, 그런 진실한 한 문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필자는 진실하지 못한 사람이라 지금 필자의 그 문장은 진실하지 않게 담겨 있지만, 언젠가는 필자의 그 한 문장이 필자 앞의 한 사람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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