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녕들하십니까']

   
 

지난해 12월 10일,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는 대자보 하나가 붙었다.‘ 정당한 파업을 이유로 4,213명이 직위해제를 당하고, 고압 송전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세상에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는 현실’. 이 현실에서 다들 '안녕들’하시냐는 주현우(고려대 경영 4)씨의 대자보였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이 대자보를 통해 전국에서 들려왔다. 지난 겨울, 전국의 캠퍼스를 가득 채웠던 ‘안녕들’의 목소리를 되돌아보고,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는 이들의 활동들을 조명해봤다.

주현우 씨의 대자보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그 물음을 잠시 잊고 있었던 대학생들이었다. 그에 답하는 대자보가 고려대 캠퍼스를 벗어나 전국에 붙기 시작했고, 8일이 지난 12월 17일까지 전국의 97개 대학에서 응답이 들려왔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대자보를 썼던 조치훈(경제 3) 씨는“ 대자보를 한 사람이 쓰는 것보다 함께 쓰는 것이 우리 사회에 큰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봤다”며 “특히 대학생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비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학생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대학생의 문제를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수많은 학생이 각 대학에 대자보를 써서 붙였고,‘ 안녕들’의 목소리는 대자보를 벗어난 곳에서도 울려 퍼졌다. 지난해 12월 14일, 사람들은 고려대에서 성토대회를 한 후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또한‘ 전국 곳곳에 대자보 1,228개를 붙이고 12월 2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는 의도로 진행된‘ 응답하라 1228’를 통해 한 해 동안 안녕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붙이고 보관하고 떼고…
대자보 내용도, 다루는 방식도 제각각
 

‘안녕들’에 대한 각 대학의 반응은 상이했다. 고려대의 경우 주현우 씨의 대자보를 박물관 기록 자료실에서 보존할 예정이다. 고려대 기록 자료실 김상덕 과장은“ 학내에 많은 대자보가 붙었지만, 주현우 학생의 대자보는 캠퍼스를 벗어나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기록 자료실에서 보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주현우 씨의 대자보가 기록 자료실에 전달되지 않아 보존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전달된다면 보존을 할 예정이다.

반대로, 대자보가 강제로 철거된 곳도 있었다.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캠퍼스에서는 퇴계 인문관 외벽에 있던 게시판이 유학·문과대학 행정실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거된 것이다. 게시판은 이전에 각종 공지와 홍보물을 붙이는 곳이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대자보도 많이 붙는 곳이었다. 당시 취재를 맡았던 성대신문 강지현(성균관대 경영 2) 기자는“ 취재 당시 행정실 교직원은‘ 게시판 철거가 행정실 담당 하에 있기 때문에 아무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게시판이 학생 소통공간이므로 먼저 논의가 오가야 한다’고 말했던 학생회의 의견이 더 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문과대 학생회와 몇몇 학회, 동아리의 학생들이 반발했지만 행정실은 묵묵부답이었고, 성균관대에서는 이후 본부에 의해 또 다른 게시판이 철거됐다.

같은‘ 학생’에 의해‘ 안녕들’의 목소리가 좌절된 경우도 있었다. 인제대학교 학생이 써서 도서관에 붙인 대자보가 그곳에서 공부하던 신원불명의 학생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이 모여서 찢어진 대자보를 다시 붙이고 밤새워 지키는 일이 벌어졌다. 대자보를 지켰던 신상훈(인제대 정치외교 4) 씨는“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에 공감해 대자보를 썼는데, 선배의 대자보가 찢긴 것을 보게 됐다”며“ 또다시 대자보가 훼손될까 우려되어 밤새워 지키게 됐다”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전했다.

모두가‘ 안녕’한 사회가 올 때까지

   
 

이처럼 대립된 시선이 오갔던‘ 안녕들’에 대한 관심은 겨울이 지나감과 함께 조금씩 사그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며‘ 안녕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활동을 이어온 사람들이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안녕들하십니까’를 관리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화제가 되었던 당시부터 페이지를 통해 활동을 해왔으며, 현재까지도 대자보 쓰기, 성토대회, 안녕 총회 등의 활동을 꾸준히 알리고 참여해오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지 관리자는“ 대학생들이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철도파업, 밀양 송전탑 등의 문제도 있지만, 취직·학비 문제 등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고민이 산적해 있다”며“ 관심이 적어지든, 많아지든 활동하는 자의 자의적 참여가 곧 앞으로의 활동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모두가 안녕한 사회가 올 때까지‘ 안녕들’의 안부 묻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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