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14%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역사드라마의 묘미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픽션(fiction)이라는 데에있다.‘ 정도전’의 경우, 동학(同學)의 인연을 맺은 정몽주와 정도전이 각각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중요시한 우국지사(憂國之士)로, 개혁의 선봉에서 살다간 불운의 정치가로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반면 동학으로서의 우정에는 많은 픽션이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남다른 특별한 우정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고사성어로‘ 관포지교’를 들 수 있다. <史記> 卷62「 管仲列傳」을 보면, 춘추(春秋)시대 제(齊)나라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이 어려서부터 서로 친구 사이였다. 포숙은 관중의 어짊을 잘 알아주었지만, 관중은 워낙 빈곤(貧困)하여 포숙을 항상 속였다. 그러나 포숙은 끝까지 관중을 믿어주고,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하면서 교분(交分)을 매우 두텁게 하였다. 관중이 말하기를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고 나를 알아준 자는 포숙이다.”라고 하였는데, 이 둘의 신분이 빈천했을 적부터 부귀해졌을 때까지 우정이 두터워 서로 변함이 없었다. 후세에 지기지우(知己之友)를 관포지교(管鮑之交)라고 한 것이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생사(生死)를 같이하는 친구를 뜻하는 고사성어도 있다. <사기(史記)>「 염파인상여전(廉頗藺相如傳)」을 보면,‘ 문경지교(刎頸之交)’는 전국(戰國)시대 조(趙)나라의 명장(名將) 염파(廉頗)와 명신(名臣) 인상여(藺相如)가 서로 목이 잘리는 한이 있어도 교정(交情)은 변하지 않겠다는 문경지교(刎頸之交)를 맺었던 데서 온 말이다. 인상여가 염파보다 높은 자리에 있게 되자 염파가 인상여를 만나면 모욕 주려 하였다. 이에 인상여가 길에서 염파를 만나자 수레를 끌어서 피하니, 인상여의 마부가 이를 불평하였다. 그러자 인상여가“ 진(秦)나라에서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것은 나와 염 장군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진나라 임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어찌 염파를 두려워하여 피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염파가 인상여를 공박해도 인상여가 상관하지 않으니 염파가 공경하는 뜻으로 육단(肉袒; 한쪽 어깨를 드러냄)으로 가시를 짊어지고 인상여를 찾아가서 서로 문경지교를 맺었다.”고 하였다.

신입생 새내기들이 캠퍼스 생활을 새롭게 접하는 새로운 1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관포지교’나‘ 문경지교’의 친구들을 만들기 힘든 것 같다. 아마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하느라 대학에서 친구를 만들기 힘든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직업 자체가 곧 자신의 인생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고민부터 소소한 즐거움까지 함께 나눌‘ 관포지교’와‘ 문경지교’의 친구는 더없이 소중하다. 새학기는 그러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학창시절의 삶이 풍요해질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또 좌절도 겪어가면서 성장하되,‘ 효원인’이라는 끈으로 관포지교와 문경지교가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