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5주차, 그들에게 적당한 스킨십 진도란? 남자는 당장이라도 모든 선을 뛰어넘고 싶지만 사랑이 욕망으로 오해받을까 봐 혹은 밝히는 남자로 보일까 봐 주저한다. 여자는 능숙하게 리드하지 못하는 남자가 답답하면서도 먼저 나서 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닿고 싶다는 공통의 요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민에 빠지고 다른 사람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대학생 커뮤니티 내의 연애 게시판에는 이런 고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남자는 언제 즈음 다음 진도를 시도하는 게 좋을지 물어보고, 여자는 저돌적으로 다가와주지 않는 남자의 행동에 서운함을 표현한다. 비슷한 시기에 진도 다 나간 그래서 의기양양한 댓글도 눈에 띄고, 서두르지 말고 서로를 배려하라는 입바른 조언도 보인다. 그렇다면 누구의 스킨십 속도가 정석인 것일까?

100일 즈음 사귀었을 때 섹스를 하면 그건 사랑이고 사귄 첫날 키스를 하면 욕망인 것일까? 두 사람 사이의 진도를 왜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비교하는 것일까?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인지 확인 받으면 안도감을 느끼거나 조바심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일까?

물음표를 가득 띄울 수밖에 없다. 연애는 두 사람이 서로의 속도를 맞춰나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은 없다. 스킨십에 대해 서로가 솔직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하는 연애에 대해서 성찰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기준도 세우지 않은 채 사회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니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연애를 시작했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몸으로 어떻게 애정을 표현해줄 것인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각각의 기준이 만나 기준점을 높여가는 것이 연애다. 스킨십을 하려고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면 서로 타협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갈등하는 것이 연애라는 것이다. 서로 좋아하면 자연스럽고 손쉬울 것이라는 건 연애의 환상일 뿐이다.

연애는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그 마음은 몸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기에 결국 몸을 통해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관심어린 눈으로 상대를 응시하고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고 소중하게 쓰다듬어주는 것, 따뜻하게 안아주고 입 맞추고 서로의 살갗을 맞대고 부비는 것은 연애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스킨십이 없는 연애는 균형이 깨진 불우하고 불구의 상태라는 걸 알아야 한다. 누가 등을 떠밀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딛어야 한다.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남자가 이끄는 대로 진도를 못 이긴 척 따라가는 연애는 수동적이고 재미도 없다. 끌어 오르는 사랑의 열망을 표현하는 것이 헤프고 지금 시기엔 왠지 서두르는 것 같아 절제하려는 것도 미련하다. 두 사람의 마음과 몸이 합의하고 결정할 일이지 다른 누군가의 예시는 소용이 없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알아내는 것, 자기주도학습은 연애의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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