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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를 향한 불편한 시선, 52년‘주민등록번호 공화국’무너지나
  • 김윤경 기자
  • 승인 2014.03.09 17:41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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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식별 번호로 도입된 아이핀(I-PIN)발급에도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

주민등록번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익숙하고 간편한 본인 확인 수단이지만, 주민등록번호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의 식별 번호에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가 들어있으며 이는 국가나 기업의 감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다. 이러한 목소리는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으로 더욱 확산된 상태다. 국회가 법안 개정을 준비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어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주민등록제도가 시행된지 52년이 지났지만 주민등록번호에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 전부터 주민등록번호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민등록번호에는 생년월일, 성별, 출생 신고지 등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며“정보화 사회에서 주민등록번호와 함께수집되는 학업, 경제, 건강, 직업, 취미 등의 개인정보와 연동되며‘ 개인정보 만능키’로 등극했다”고 비판했다.

‘일단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보자는 식’의 관행도 문제다. 이 또한 주민등록번호 하나에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포함돼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윤철한 팀장은“ 각종 통신요금, 신용카드 등 후불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요금을 연체하거나 미납할 경우, 기업들은 수집한 개인정보로 채권추심을 통해 그 사람의 모든 경제활동을 막을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기 용이하므로 주민등록번호를 불필요한 부분에서까지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등록번호가 국가의 국민 감시 수단 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손형섭(경성대 법학) 교수는“ 주민등록번호제도 자체가 간첩과 병역 기피자를 발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혹은 간첩으로 취급한 것이며 감시 통제를 수월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데 효율적인‘ 바코드’와 같다는 것이다. 한상희 교수는“ CCTV 및 안면 인식 기능까지 적용된다면 국가가 국민을 전방위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초감시국가 상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정보 유출시대’ 주민등록제 개정을 준비 중인 국회, 그러나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계속되면서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과 같은 금융 사기, 개인정보 도용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개인정보 수집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아이핀(IPIN)과 같은 대체 식별번호를 도입했지만, 아이핀 발급 또한 대체 식별번호 발급회사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는 8월부터는 민간과 공공기관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시행된다. 하지만 정작 유출 사건의 주범이었던 금융권은 이 법안에서 제외되는 조항 신설이 추진되고 있고, 안전행정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인증이 있을 경우는 예외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 △개인정보 포함하지 않는 임의의 일련번호로 대체 △민간 사용 금지 △금융, 조세, 의료, 교육 등 각 영역에서 별도의 고유한 식별번호 사용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경실련, 소비자시민모임 등 11개 단체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폐지공동대책위원회는 주민등록제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성명서 제출에 참여한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도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으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발생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하며“ 강제된 동의에 의한 개인정보 제공과 유출 사건으로 인한 국민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현행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올해 초 역대 최악의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 이후 주민등록번호제도 개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현재 민병두, 진선미, 김제남 의원은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로, 통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헌법재판연구원 이장희 책임 연구관은“ 주민등록번호제도의 개선에 있어 지금까지의 편리함이나 유용함에 미련을 둘 것이 아니라, 정보보호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윤경 기자  yoonk93@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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