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부 결의안에 정식 서명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들만이 직접 거리로 나와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의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위안부 결의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하원과 상원에서 표결 이후 통과된 이 세출 법안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최종 통과됐다. 이는 일본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단 55명에 불과하고 피해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조속한 문제 해결이 요구되지만, △일본군 위안부 범죄 인정 △일본 국회의 사죄 등 피해자들의 7가지 요구 사항 중 단 한 가지도 실현된 것이 없다. 1993년 당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했던 담화를 다시 검증하겠다고 밝히는 등,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선 이후 위안부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정부는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피해자, 함께하는 시민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왼쪽)김복동, (오른쪽)길원옥 할머니가 추운 날씨에도 변함없이 수요시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가 미미한 반응을 보이는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은 직접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19일에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는 일본 대사관 앞 평화로를 찾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시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시민들은 평화로의 상징이 된 평화의 소녀상에게 고운 한복을 차려 입혔고, 같이 노래를 부르며 주한 일본 대사관을 향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23년간 수요시위를 주최하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김동희 사무처장은“ 국제사회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 또한 적극적인 태도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국제법에 따라 일본과의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에서 상경한 허정애(괴정동, 51) 씨는“ 한국 국민으로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시위가 더 확산돼서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자들의 명예·인권 회복을 요구하며 시작된 수요시위는 현재(3일) 1115차까지 진행된 상태다. 그동안 수요시위가 열리는 일본 대사관 앞 평화로는 피해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이자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학교 학생들도 총학생회가 주최한‘ 우리역사바로기행’을 통해 지난달 5일 1112차 수요시위에 참여 했다. 참가자 박새롬(수학 4) 씨는“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뵙고 수요시위에 참여해보니 위안부 문제 해결이 중요함을 실감했다”며“ 어린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대학생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고 앞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부산항에 담긴 아픈 역사… 부산시·시민 모두 함께해야

▲ ‘민족과 여성 역사관’제1전시실의 모습이다. 1998년 일본 법원이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의 국가배상책임을인정한 판결을 내렸던 시모노세키 재판 자료들이 이곳에서 보존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 여성단체들은 부산이 지닌 역사성을 근거로 부산에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다. 일제강점기 부산항은 위안부 수송선이 출발했던 곳이자, 해방 이후 위안부 피해자들이 귀국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시민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확정 지었다. 지난 26일에는‘ 부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창립하고 소녀상 건립 장소와 시기 등 세부적 내용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시 당국의 노력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의 노력 또한 계속되고 있다. 수영구에 위치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위안부문제대책부산협의회 김문숙 이사장이 자비를 털어 마련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다. 2004년 건립된 이후 10년간 일본군 위안부 진상을 알리기 위한 교육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여성인권운동가인 김문숙 이사장과 강화숙 관장이 1990년 이래로 직접 수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주최‘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특별전’에서도 민족과 여성역사관의 사료가 초청받는 등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폐관 위기를 겪기도 했다. 1,300여 점에 이르는 사료를 보관하고 있지만 좁은 공간 때문에 전시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올해부터는 지자체로부터 역사관 임대료를 지원받기로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관람객이 없는 시간에는 불을 꺼놓고 지낸다. 강화숙 관장은“ 좀 더 많은 시민에게 위안부 진상을 알리고 싶어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부산 시민과 대학생,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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