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혹시 일선 좋은 과목 아세요?” 필자가 4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선배가 된 순간부터 방학마다 항상 이 질문을 받았다‘. 일선’이란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일반선택 과목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사실 저 질문은 과거 2009년이나 2010년에나 썼던 질문이다. 군대를 다녀왔더니 필자가 후배들에게 수업정보를 물어봐야 할 처지인데 오히려 후배들이 전역자인 나에게 약간 다른 뉘앙스로 물어온다“. 선배! 혹시 일선 개설된 학과나 수업 아세요?” 그렇다. 2008년에 입학한 필자는 당시만 해도 일반선택을 고르는 데 있어서 그저 그나마 과제가 적고 다른 전공을 배움에 있어서 덜 어려운, 편한 과목을 찾기 위해 선배들에게 질문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전공이나 심화전공을 이수하면 반드시 일정 학점의 일반선택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당최 일반선택 과목이 개설된 학과와 과목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인문대학생의 경우 일반선택으로 들을 과목들은 인문대학의 타과수업, 사회과학대학 소속 학과 수업, 경영대학 및 경제통상대학 수업이다. 그 이외에는 이과 수업이라 사실상 문과생에게는 외계어 수업이나 다름없다.

이번 수강편람을 기준으로 경영대학 및 경제통상대학의 경우 분반이 복수로 개설된 몇 개의 수업을 제외하고는 일반선택 배정이 없었다. 분반이 다수인 경우도 단 하나의 수업만이 일반선택이 배정되어 있어 시간표 구성 시 제약이 크게 따른다. 사회과학대학의 경우 정치외교학과와 사회학과를 제외한 다른 학과들은 일반선택이 거의 개설되지 않았다. 인문대학의 경우 일반선택이 개설된 과목들이 있지만 몇 개의 학과를 제외하고는 외국어 관련 학과이기 때문에 일반선택으로 듣기엔 심리적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과목이 대다수이다. 일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독일어 등 해당 국가의 기본자, 모음도 모르는 채로 강독이나 회화 수업을 덜컥 신청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듯 일반선택 개설 강좌를 찾기 힘들뿐더러 귀하게 찾은 그 과목이 자신의 주 전공이나 부전공의 필수과목과 시간이 겹쳐 버리면 정말 눈앞이 캄캄해진다. 찾았을지언정 수많은 일반선택을 갈구하는 학생의 홍수 속에서 과목당 5자리 이하를 놓고 전쟁을 벌여 승리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이 글을 적은 이유는 단순히 문과 출신 부산대학생의 입장에서 일반선택을 27학점이나 30학점을 채우기 힘들다고 불평하기 위함이 전부는 아니다. 학교를 4년간 다니면서 일반선택과 관련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전공의 학문을 배우는 단계이다. 대학에 입학하면 주전공에 있어서도 전공기초를 먼저 수강하고 전공필수, 전공 선택을 수강한다. 일반선택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전공의 학문을 접해보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일 것이고, 복수전공, 부전공을 신청하기 전에 해당 학과의 학문을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공기초과목을 수강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많은 수업이 2개 분반에서 1개 분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여전히 2개 분반을 유지하는 소수의 과목은 괜찮지만 1개 분반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전공기초 과목은 전공학생과 복수, 부전공 학생들로도 수강인원이 넘쳐 일반선택 배정이 0명이다. 학생이 수업을 고르면서 느끼기에 정말 수강을 할 만한 일반선택 과목이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가 봐도 전공자도 힘들 것 같은 전공필수나 선택 과목을 제외하니 없는 것이다. 일반선택 과목을 30학점 가까이 학생에게 졸업요건으로 설정하기 전에 학생들이 다른 학문을 낮은 문턱에서 쉽게 접근하고 다가갈 수있는 제도적 장치를 우선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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