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문화 향유 위해 제 힘으로 고민해야

   
서점 한 가운데 베스트 셀러 코너가 자리잡고 있다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은 노주체 씨의 눈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영화 포스터가 들어온다. ‘1000만 관객’ 문구를 본 후 노 씨는 망설임 없이 표를 예매한다.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인데 자신만 안보면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지하 1층 서점으로 내려가 믿음이 가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본다.

  많은 대학생들이 베스트셀러나 박스오피스 1위 등 순위에 의존해 문화를 선택하고 있다.
  장주영(간호 1) 씨는 “영화를 볼 때 박스오피스 랭킹을 참고하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김지희(법학 3) 씨도 “돈을 들여 영화를 보는데 이왕이면 재밌는 것을 보고 싶어, 평점이 높은 영화를 선택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백권독서클럽 강신철(한남대 경영정보) 운영위원장은 “오늘날 대학생들은 문화를 선택할 때 뚜렷한 자기 기준이 없다”며 “언론이나 서점에서 선정한 영화와 책은 믿고 볼 수 있는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학생들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학생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배급사와 출판사에서는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현(울산대 경제 2) 씨는 “광고만 믿고 영화를 봤다가 낭패 본 적이 있어요”라며 대중들의 눈길을 끌 부분만 강조하는 홍보를 못미더워 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일래(사회) 강사는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 질 높고 다양한 문화를 열어줄 공간을 제도적으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비주체적인 문화 선택 태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일래 강사는 “학생들이 여러 장르의 문화를 즐기지 못하고 남들과 똑같은 것만 소비하는 문제점이 지속되면 문화획일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한 채희완(예술문화영상) 교수도 “대학생이 문화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지고 사회에 대한 주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공고화된 입시교육 때문에 학생들은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것에 서툴다. 주체적인 문화 향유를 위해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제 힘으로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나’가 아닌 ‘남’에 의한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강신철 운영위원장은 “유행에 좌우되지 말고 소신 있게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