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은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우리학교 학생 125명을 대상으로 카페 이용 실태를 조사했다.

응답자의 89%(111명)가 한 달에 1번 이상 카페에 간다고 답했으며, 일주일에 2번 이상 카페에 가는 이들의 비율도 51%(64명)에 달했다. 카페에 간다고 말한 111명 중 65%(72명)가 카페에 가는 주된 이유로 친구, 연인과의 대화를 꼽았으며, 22%(24명)는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카페 이용 현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학교 앞의 무수히 많은 카페는 카페에 대한 그만큼의 수요가 있음을 방증한다. 이제 카페는 비단 대학생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일상과 긴밀하게 연관되는 중요한 공간이 됐다.

 

문화예술인의, 문화예술인에 의한, 문화예술인을 위한 공간

하지만 카페가 처음부터 이렇게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카페와 같은 공간은 구한말 외국인들이 경영하던 호텔에서 호텔식 다방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후 일본인들이 지금의 충무로에 다방을 짓기 시작했으며, 점차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다방도 늘어났다. 1920년대 후반이 되면서 다방은 일종의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모던 보이, 모던 걸은 다방에 가는 것을 ‘근대적’인 취미로 여겼으며, 실제로 다방을 통해 근대의 문물(전화, 축음기, 신문, 잡지 등)을 접하였다. 또한, 당대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다방은 안식처이자 도피처이면서 동시에 공론장이자 그들의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공간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은 다방이라는 말보다는 카페라는 말이 더욱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1930년대에 다방과 카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다방이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공간이었다면, 카페는 여급들과의 수작이 오가며, 술을 마시는 등 퇴폐적인 성격이 강한 공간이었다.

 

다방에서 카페로,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공간으로의 전환

다방이 처음 우리나라에 나타났던 20세기 초에서 지금까지 10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다방의 모습과 그 역할은 변모를 거듭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다방은 점차 퇴락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 들어서며 다방의 자리는 각종 커피 전문점으로 대체됐다. 더불어 카페라는 명칭이 이전의 에로틱한 의미를 벗고 활발하게 사용되었다. 2000년대에는 세계적인 프렌차이즈 기업인 ‘스타벅스’의 성공과 함께 외국의 커피 전문점이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향수의 표상으로 다시금 다방이 이야기되고 있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의 공저자 오두진씨는 “일제 강점기 특정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었던 다방은 6, 70년대에는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였으며, 요즘에는 커피의 대중화에

힘입어 카페는 누구나 갈 수 있는 대중적 공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적인 공간이 된 카페는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욕망이 얽혀 있는 공간이다. 어떤 이는 카페에서 커피 자체를 즐기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공부하기 위해 혹은 휴식을 위해 카페에 가는 이들도 있다. 또한 ‘어떤’ 카페에 가느냐에 초점을 두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가령 스타벅스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점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현대인의 다양한 욕망에 부응하듯이 다양한 형태의 카페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학교 앞 역시 테이크 아웃커피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예술과 인문학 등 특정한 분야가 접목된 형태의 카페 등 다양한 유형의 카페가 존재한다.

 

‘생산적’ 카페 문화를 위한 제언

앞선 설문 조사에서 여러 유형의 카페 중 테이크 아웃 커피점을 선호하는 학생은 10%(9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와 상반되게 실제로 자주 가는 카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테이크 아웃 커피점을 적었다. 물론 학업과 취업에 쫓기고 돈과 시간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가장 간편하게 택할 수 있는 것이 테이크 아웃 커피점이기는 하다. 문제는 정작 카페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다양한 카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 편중된 소비 패턴을 보여서 이것만이 비대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우리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였으며, 현재는 전람회의 그림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섭 씨는 요즘의 카페들에 대해 “적당한 테이블을 놓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의 음료를 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앞 카페들이 다 비슷비슷한 형태로 경쟁하게 되었다”며 뚜렷한 정체성이 없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카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중적인 공간으로 변모한 카페가 대중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대중을 ‘적당하게’ 만족시키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적당함’은 언제 ‘모자람’으로 바뀔지 모른다. 결국, 관건은 카페를 이용하는 이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그것을 활용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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