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지난 지면 함께 읽고 싶은 책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보여준 책[서평] <오래된 미래>
  • 양재평(법학 3)
  • 승인 2014.02.17 13:10
  • 호수 1459
  • 댓글 0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장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가 처한 구체적인 시공간이라는 실존적 한계 때문에 우물 안 개구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우물 안에서 벗어나 바다를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울산이라는 거대 공업도시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살아왔고,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익숙한 생활 방식을 향유해 온 필자에게는 이러한 산업화된 삶이 당연해 보였다. 따라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아파트가 아닌 소박한 집에서 살고, 농사나 지으며 사는 곳은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라 여겼고, 그런 나라들을 두고 빨리 개발을 시켜야 하는 ‘저개발 국가’내지는 ‘개발도상국’이라고 규정하는 ‘선진국’의 관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읽고 나는 ‘개발’이나 ‘발전’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고, 무엇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작은 우물을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며 살아왔던 개구리가 드넓은 바다의 일부를 보고 받게 된 충격이었을 것이다.

책의 원제는 <Ancient Futures>인데 우리는 원제가 ‘Futures’라는 복수형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건 분명히 ‘경제개발’과 ‘자유무역’,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획일화된 글로벌 경제체제를 추구하는 것에 반대하고, 세계의 다양성을 옹호하는 저자의 뜻이 담긴 표현일 것이다. 즉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웨덴 사람으로서 히말라야 고원지대에 위치한 라다크라는 지역에서 보낸 16년 동안의 경험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저자가 경험한 16년이라는 시간은 자급자족 농경체제를 유지하며 자연과, 이웃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던 라다크 사람들이 소위 서구식 ‘개발’의 영향으로 인해 자연과도, 이웃 사람들과도, 끝내는 자기 자신과도 멀어져서 물질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생생히 경험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그러한 파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는 라다크 사람들의 변화된 태도를 들 수 있다. 라다크에 가난이라는 건 없다고 이야기했던 라다크 청년은 불과 8년 만에, 라다크를 찾

은 관광객들에게 “당신들이 우리 라다크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린 너무 가난해요”라고 말하게 되었다. 또한 라다크에서는 오랫동안 다수의 불교도들과 소수의 이슬람교도들이 큰 갈등 없이 공존해 왔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슬람교도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며 웃고 이야기하던 한 할머니가 “이슬람교도들을 다 죽여 버려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우리를 죽여 버릴 테니까요"라고 말하는 지경에 이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개발로 인해 변화된 라다크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동안 급격히 산업화를 추진한 나라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강의 기적’ 운운하며 산업화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고, 경제성장은 여전히 우리가 추구하는 주요 가치로 남아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는 전태일로 상징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인권 유린, 농촌 공동체의 해체, 도시 변두리의 판자촌과 집창촌, 환경 파괴 등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급속도로 이룩한 산업화의 결과들은 얼마 전부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적 양극화, 증가하는 실업, 20%대로 추락한 식량 자급률, 지구 온난화 등등의 문제는 압축적 산업화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앞만 보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멈춰 서서 과연 무엇이 진정한 발전이고, 성장이고, 선진화인지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 소개하는 이 책은 그런 반성에 있어서 좋은 길벗이 되어줄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필자에게 바다를 보여준 이 책이 우리 효원인들에게도 드넓은 바다를 보여주기를, 또한 신선한 충격도 안겨주기를 바란다.

양재평(법학 3)  press@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재평(법학 3)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