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넉터’가 반 토막이 되고, 다시 반토막이 되던 08년도. 그 해 바람이 불었다. 지금 빚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효원굿플러스(효원문화회관)는 사실 시작부터 상처투성이였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비민주적인 절차, 파괴돼 버린 정문 미관, 복잡한 교통, 내부적 의혹 등이 문제가 됐지만 국립대의 ‘새로운 시도’는 계속해서 추진됐다.

법인화라는 이름으로 대학들은 시장으로 내몰렸고, 국립대인 우리학교에 필요했던 건 언제 끊길지 모르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돈 걱정을 하기 시작한 학교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비민주적 행태, 근시안적 판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학내의 의견이 이미 중요하지 않고, 먼 이후를 내다볼 수 없다.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과는 살고, 아니면 죽는다. 우리학교의 언어정보학과가 없어질 뻔 하고(여러 과가 통폐합되었다), 사립대의 과 이름이 산업‘경영’공학과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으리라. 교육이 장사가 되고 점점 진리의 상아탑에서의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문제의 본질은 교육을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법인화 정책에 이름만 바꾼 교육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교육을 떠맡기는 정부와 재단의 부정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사립대 그리고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총장이 공약을 바꾸면서까지 정부정책에 졸졸 따라가는 국립대. 무엇이 교육을 책임질 수 있을까?

지금 학내에서 분분하게 여론이 끓고 있는 ‘반값등록금’은 부담이 큰 등록금을 낮춘다는 개념과 함께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나라의 교육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국가’라고 대답하는 하나의 선전구호인 것이다. 실제로 반값등록금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정부에서 등록금에 관한 실질적 정책을 쏟아놓고 실현되기 시작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없는 주체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다른 교육문제도 마찬가지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굿플러스 빚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교육을 책임지는 주체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책임을 방기하는 교육정책을 버리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인 교육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대로 가면 이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경쟁의 시험대 위에서 꿈을 잃고 지쳐가는 학생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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