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 홍세화 씨는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나는 내가 응당 해야 할 생각을 하고 있나” 학점에 쫓기고, 스펙에 목마른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물음은 단순한 철학적 물음으로 치부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 물음은 온전히 자신의 삶을 누리고 있는지 알려줄 열쇠다. 지난달 19일, 효원리베라타스 특강에 모인 이백사십여 명의 학생들은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홍세화 씨와 함께 그 답을 찾아나갔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고집할 뿐”이라고 말하는 홍세화 씨. 그는 대화와 토론, 논리로 생각을 형성해가는 것이 아니라 힘과 숫자, 인신공격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했다. 조그마한 일에도 서로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연을 듣던 학생들은 “상대를 ‘좌빨’, ‘수꼴’이라는 정치적인 용어로 규정하고 몰아붙이는 한국 사회가 과연 성숙한 사회인가”라는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을 두려워하는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연단에 선 홍세화 씨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이유는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성찰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며 “여기 있는 학생들 중 몇 명이나 나이가 들어 정치적 성향이 바뀌겠느냐”고 물었다. 이어서 그는 “합리적 동물이라면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기 생각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야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그러한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원인으로 홍세화 씨는 주입식 암기교육을 꼽았다. 줄 세우기식 교육방법이 논리가 중요시 되어야 할 학문을 암기과목으로 둔갑시켰다는 말이다. 또한 그는 그러한 교육 방식이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지배세력의 주장을 주입시키는 과정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20이 80을 지배한다는 이론이 대표적인 예시”라며 “대다수인 80에 해당하는 민주주의 구성원들이 20에 의한 불평등함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지배세력이 사회를 지배하는 생각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에 해당하는 지배 계층은 자신의 처지에 맞게 생각하고 투표하지만, 80에 해당하는 피지배 계층은 성공 신화와 물질만을 동경한 결과 자신의 처지에 맞는 생각과 정치적 선택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 말미에 홍세화 씨는 자신만의 생각과 삶을 찾지 못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날 때 비로소 성숙한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조언했다. “이미 자본화된 사회에서 소유보다 존재를 우선시 할 수 있을까”라는 박미경(화공생명공 1) 씨의 질문이 있었다. 이에 홍세화 씨는 “인간은 살기 위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며 “생존을 빙자한 물질적 가치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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