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성폭력상담소 김가은 상담원

 

성폭력 특별법은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오히려 성과 관련된 범죄는 늘고만 있는 실정이다. 성폭력피해자들을 직접 대면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부산성폭력상담소 김가은 상담원을 만나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우리사회의 성폭력은 성에만 방점이 찍혀있다”며“ 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폭력과 관련한 상담이 늘었는가

한 해 평균 6,500회의 상담이 접수된다. 최근 성폭력이 이슈화되고 있지만, 성폭력 사건은 예전부터 꾸준히 발생해왔다. 근래 사건이 급증한것 처럼 보이는 것은 법적 처벌 방안 마련과 사회적 인식이 완화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 하면 만 19세미만의 청소년이 주 상담 연령층이라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은 기성세대보다 성 의식이 개방적이고, 제대로된 교육 없이 무분별하게 성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성폭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성폭력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성폭행의 개념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힘센 사람이 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며 성희롱, 성추행, 강간, 성매매가 이에 포함된다. 이힘은 물리적일 수도 있고 돈과 권력일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성폭력하면 강간을 떠올리는 경우가많다. 우리 사회가 강간에만 집중하는이유는 성폭력에 의한 자극적인 피해에만 집중할 뿐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둔감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성폭력에 과민반응하고, 가해자를 무조건 화학적 거세 혹은 사형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처벌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무작정 처벌의 강도를 높이기보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교육이 필요하다.

상담하면서 법의 한계를 느낀 적은 없는가

현재 4년 차 상담원이지만, 법의 한계점과 문제점은 매번 느끼고 있다.성폭력 특별법에는 성폭력 사건 발생시 피해자가 가해자의 죄를 증명해야 하는 모순이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성폭력 범죄 관련 신고율은7% 정도로 상당히 저조하다. 아직 성에 대해 보수적이고, 부정적 시선이 지배적인 우리사회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가해자의 죄를 입증하는 과정은 혹독하다. 성폭력 범죄 관련 재판은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의 진술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일관된 진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피고 측 변호사는 심신을 추스르기도 힘든 피해자를 당혹하게 하는 질문을 해 일관된 진술을 할 수 없게끔 한다. 피해자 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피해자의 고통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성폭력의 피해자라고 하면 여자를 주로 생각한다

얼마 전 성폭력 특별법이 개정돼 성폭력의 객체가 여자에서 사람으로 확대됐다. 이는‘ 성폭력 문제가 더이상 여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남성을‘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여성에 대해 분노하고 지배하려는 가해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남성 피해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인식 때문에 상담할 곳이 제한된다.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범죄 예방을위해 성교육과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참여는 저조한 실정이다. 교육을 통한 예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 우리사회는 성을 이야기할 때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성관계를 하고 싶어’를‘ 라면 먹고 갈래?’로 돌려 말한다. 성에 대해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성에 있어서 생각의 차이는 곧 성폭력의 근원이다. 성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쉬운여자’,‘ 쉬운남자’로 폄하해선 안 된다. 성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성폭력 범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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