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탄생 100주년 특별기고

올해로 작가 김동리가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김동리의 문학세계에 대해 논의해봤다 -편집자 주

한국문학의 큰 산, 거목(巨木)으로 문학의 정기(精氣)를 뿌리던 김동리(金東里, 1913-1995)선생. 올해로 탄생 1백주년을 맞이했다.
   
▲ 목월동리문학관 제공

그는 우리 근대소설사에 있어 시금석의 의미를 지닐 만큼 한국문학에 끼친 영향이 실로 크다. 그는 자신의 문학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평생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했던 작가이며, 전통적이고 지방적인 소재에서 신(神)과 인간 자연의 문제를 완벽한 소설미학으로 승화시켜 한국소설의 결정체를 이루었다.

그의 문학적 특질은 인간의 원형 즉 인간의 본질과 인간성 옹호에 있고 생명에 바탕을 두었다. 민족문학이 곧 세계문학임을 강조하여 특히 향토성 짙은 전통적인 소재를 다루었음은 일제말기의 상황 속에서 얼어붙은 우리의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1930년대 유진오와의 신세대 논쟁이후 신인간주의 문학사상으로 일관했으며, 광복직후 민족주의 문학진영에 가담하여 순수문학(본격문학) 논쟁을 벌이며 좌익문단에 맞서 우익 측의 민족문학론을 옹호한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은「무녀도」,「황토기」,「등신불」,「역마」,「화랑의 후예」,「사반의 십자가」,「을화」등이며 특히「을화」는 단편소설「무녀도」를 40년에 걸쳐 고심하며 장편소설로 개작한 작품이다.

65세의 노년에 개작한 이 작품에 대해 이태동 평론가는“김동리가 황혼녘에 정성을 기울여 쓴「을화」가 예술적으로「무녀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일생을 두고 추구한 문학정신이 신본주의를 거부한 인본주의에 깊이 천착해 있다는 것을「을화」를 통해 다시금 명확히 확인시켜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기돈 문학비평가는「솔거」와「역마」·「까치소리」를 중심으로“신라정신의 형성과정과 선(仙)의 이념이 형상화되는 양상으로~”성찰했다.

김동리선생은 한국근대소설문학의 정통성(순수·본격소설)을 소지한 대표적 작가이면서 시인이고 평론가이기도 하다. 소설 데뷔에 앞서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시「백로」가 입선되어 당시 서정주, 김달진 등과‘시인부락’에서 활발한 시작(詩作)활동을 펼쳤으며 시집으로「바위」와「패랭이꽃」이 있다. 평론으로는「순수문학의 진의」와 「순수문학과 제3세계관」,「민족문학」등이 있다.

선생은 1939년 20대 중반에 유진오의「순수에의 지향」이란 글에서 신인들이 현실 도피적이라고 비난하자「순수이의」와「신세대 문학정신」이란 제목의 평론으로 격렬하게 반박하는 논쟁을 시작했다.

이어 1946년에는 조공계(朝共係)의 문학가동맹에 대항하여 한국청년문학가협회를 결성하고, 공산계의 계급주의 민족문학론에 대항하여 인간주의 민족문학론을 제창하며 본격문학(本格文學)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근대주의의 말로에서 도달된 과학만능주의와 물질 지상주의와 기계 문명주의 등은 고대에 있어서의 신화적, 미신적 제신의 우상처럼, 중세에 있어서의 계율화한 전제신의 압제처럼, 또다시 한 개 새로운 근대적 우상이 되어 인간에게서 꿈과 신비와 낭만과 그리고 구경적인 욕구를 박탈하게 되었다. 여기서 인간은 이 과학주의, 물질주의, 기계 주의를 비판하고 이를 초극하고자 하는 새로운 의욕에 도달하게 된 것이며 이것이 곧 제3휴머니즘이란 표어로써 대표되는 제3세계관에의 지향이라 일컫는 것이다. (……) 무릇 한 개의 위대한 새로운 시대가 형성되려면 이에 상부할 만한 위대한 새로운 휴머니즘이 제기되는 법이다. 유물사관이 사회관적 각도에 있어 일면의 타당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새 시대를 형성시킬만한 정신적 원동력이 될 수 없는 것은 그 사상적 본질의 구성 요소가 되어 있는 공식주의적, 기계 주의적, 물질주의적, 과학주의적 성격이, 새 시대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제3휴머니즘의 요소를 말살하고 거세하였기 때문인 것이다. (「본격문학과 제3세계관의 전망」에서)

  평자들은 선생의 작품경향이「운명적 문학관의 윤리감각」에 기인되었음을 지적하고, 이는 인간이 천지(天地)와 유기적인 관계에 있고 따라서 인간에게는 공통된 운명이 부여되어 있다는 근원적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또한 그에게 있어 문학이란‘구경(究竟)적 삶의 형식'으로 지극히‘인간주의’적이며, 인간의 심원적 문제 탐구와 인간성 옹호로 그것이 곧 그의 문학의 본질로서 궁극에 이른다고도 했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평자는, 선생이 자연친화적이며 향토색이 짙은 민속적 소재를 다룸은 그 작품이 쓰인 일제말기의 상황 속에서 얼어붙은‘우리의 민족혼’을 일깨우기 위해서라고 했다.

민족의 얼은 민족고유의 것과 전통적인 것에서 찾게 되고 따라서 토속적인 풍속과 신화, 원시종교에 이르는 샤머니즘에서 가장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연세대 신정숙교수는 <김동리 문학의 보편성과 세계문학으로서의 전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동리의 방대한 소설들에서 드러나는 테마는‘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다. 일시적인 존재인 인간의 삶에서 가장 얻고 싶은 것이‘영원’이지만, 인간의 삶은 죽음으로 다가가는 진행을 막을 수가 없다. 인간은 이런 숙명적인 삶의 과정에서 종교를 얻게 되었다. 김동리문학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이었고, 문학을 통해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닿아 있었다. 김동리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그가 문학을 통해서 무엇을 추구하고 얻으려 했는가를 선명히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김동리에게 문학은 하나의 종교와도 같은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실존적 한계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절망을‘문학 하는 것’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김동리는 1939~1980년대까지 대략 150여 편의 문학작품을 창작했는데, 이 작품들은 표면적으로 샤머니즘, 민속 세계, 기독교, 유교, 민족의식, 허무 의식, 인간주의, 그리고 신과 인간의 문제 등의 다양한 이념적인 요소들을 보여줄지라도, 근대성의 경험에서 발생하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소외의식(고독)을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정숙(연세대 강사)-<김동리문학의 보편성과 세계문학으로서의 전망> 계간 ’동리목월‘2013.여름호’설 못지않은 선생의 비평활동에 대해 전영태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비평은 자신의 문학관을 소설과는 다른 표현양식으로 표출시킨 것이다. 그런 뜻에서 그의 비평은 문학적 본원 탐구의 다른 양상이다. 비평 속에서 소설을 탐색하고 소설 안에서 비평의 본질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김동리의 비평은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동리의 불변하는 비평적 원칙은 근대주의에 대한 거부 생의 구경적究境的 탐구로서 문학 새로운 형식의 리얼리즘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논쟁 대상과 시기에 따라 약간씩 그 개념이 달라지는 순수문학의 옹호가 원칙에 첨가된다.

  선생의 작품은 시에서 소설에서 평론에서 수필에서 전 장르를 통해 문학적 정수를 보였으며 영원히 읽혀질 내용으로 편편마다 우뚝 서있다. 금년 선생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33권의 문학전집이 단행본 형태로 발간되어 독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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