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댄스

▲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학생들이 편한 자세를 취하며 몸을 풀고 있다

무용가 안나 할프린은 저서 <무브먼트 리츄얼>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 존재하고, 사적인 의식을 통해 홀로 움직이며, 공동체에서의 의식과 축제를 통해 함께 하고, 몸이 가진 잠재성을 알아차리고, 삶을 축복하는 예술로써의 춤을 배우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할프린은 춤이 가진 공동체적 특성과 공동체 내부 개인의 주체성 발견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학기에 개설된 박은화·강미리(무용) 교수의 교양 수업 ‘커뮤니티 댄스’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개설됐다. ‘커뮤니티 댄스’는 아직 한국에 널리 퍼진 개념은 아니다. 커뮤니티 댄스는 현대무용의 일종으로 일정한 형식은 없으나, 춤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그 속에 있는 개인의 주체성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강조한다. 박은화 교수는 “지금 사회에서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며 “공통언어인 춤과 몸짓을 통해 공동체와 그 속에서 ‘나’를 찾아내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라고 말했다.

강의는 무용을 배우는 것이 주가 되는데, 동작은 매주 바뀐다. 무용 뿐만 아니라 스트레칭도 하고,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며 즐거운 분위기에서 춤을 배우는 것을 강조한다. 중간고사 이전에는 현대무용에 기초해 수업이 진행되고 중간고사 이후에는 한국무용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강강수월래의 동작을 학습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 강미리 교수는 “한국 춤은 생활과 밀접하고 그 자체가 커뮤니티다”며 “커뮤니티 댄스라는 용어는 서양에서 유래됐지만 한국 춤과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기에 수업에 알맞다”며 이 수업에 한국무용을 포함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교수의 강의진행에 따랐고, 자율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프로그램도 매끄럽게 이어졌다. 박은화 교수는 “처음에 학생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수업이 진행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강의에 대해 호평을 했다. 황정호(도시공 4) 씨는 “반쯤 호기심으로 신청한 강의였다”며 “서로의 이름을 외우고, 소통을 강조하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박성철(기계공 07, 휴학) 씨는 “학기 도중 휴학을 했으나 이 강의를 청강하고 있다”며 “대학을 다니면서 느껴 보지 못한 신선한 문화를 경험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강의에서 학생들의 자율성과 참여도가 높은 점이 이 강의의 장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가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강의 점수는 그룹을 짜서 노래·의상·춤을 만들어 공연을 하는 중간·기말고사와 공연을 준비하며 느낀 점을 쓰는 레포트, 출석점수로 평가된다. 교수들은 입을 모아 “모두 열심히 참여해 줘 성적을 평가해야 하는게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성적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융화가 이뤄지지 않는 학생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몸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예술의 도화지다. 박은화 교수는 “예술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몸이 고정되면 마음도 고정된다”며 움직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의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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