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문화
카메라를 통해 부당한 사회에 저항하다[인터뷰] <레드헌트 1> <구럼비-바람이 분다> 연출한 조성봉(역사교육 81, 중퇴) 감독
  • 이예슬 기자
  • 승인 2013.12.03 14:14
  • 호수 1475
  • 댓글 0
   
 

지난달 20일부터 4일간 열린‘2013 메이드인부산독립영화제의 개막작 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다룬 <구럼비-바람이 분다>였다. 영화의 제작과 감독을 맡은 조성봉 감독은 인권과 환경 등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1997년에 제작한 <레드헌트 1>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분류됐고, <구럼비-바람이 분다> 촬영 과정에서는 업무방해죄로 기소되기도 했다. 권력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서 끊임없이 사회 참여적인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조성봉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화감독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0년대 중반에 백수가 되면서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으면서 의미도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마침 그 당시 영화라는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이 생겼고, ‘ 영상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역사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회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찍어 노동자, 사회 문제 등을 알렸다. 영화, 음악, , 그림 모두 좋아하지만 그 중에 영상이 제일 쉽다. 음악이나 글은 오랜 기간 숙련이 필요하지만 영상은 카메라 조작법만 익히면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감독이라는 말은 지금도 낯설다. 그저 카메라라는 도구로 현장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강정마을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

지난 2011년에 영화 <레드헌트> 상영회를 위해 제주도에 갔다. 당시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1년째 텐트를 치고 살고 있었다. 그가 레미콘 차량을 막다가 업무방해로 구속됐는데, 후배로서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 그의 구속을 계기로 영화계 사람들에게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알리고 싶어졌다. 그 때 본 구럼비 해안이 정말 아름다웠고, 그 곳에서 진행 중인 싸움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 환경, 생태, 국가안보 등 여러 문제가 중첩돼 있는 거대한 싸움은 연로하신 할머니들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본과 국가의 논리에 의해 삶을 축출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속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며 이야기를 기록한다는 것이 뜻 깊은 일이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레드헌트 1> 상영 문제가 있었다는데

<레드헌트 1>을 지난 1997년 제2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서준식 집행위원장이 구속당했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부는 영화의 주요 내용을제주도민들의 죽음은 이승만 정부와 미군정의 책임이다로 받아들였고, 이는 북한의 주장과 같기 때문에 이적표현물이라는 것이다. 기소 후 종교계와 대학교 학생회 사이에서 상영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급증했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2편도 제작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현재 국가가 자행하고 있는 폭력도 4·3사건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그 때는 칼과 총으로 사람들을 죽였다면 지금은 자본과 권력을 통한 폭력으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한진 중공업 사태, 제주 강정마을 문제 등의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무식하고 비이성적인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입고 있다.

 

촬영하기에도, 관람하기에도 힘든 주제만 다루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사를 겪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가 없기에 내가 하는 것이다. 진부한 말이지만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을 믿기에 힘들지 않다. 내부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항상 기록을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한다. 너무 깊게 들어가면 기록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관객들도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이예슬 기자  yeslowly@pusan.ac.kr

<저작권자 © 부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예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