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시회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던 몇몇 작품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돌연 제외됐다. 작품들이 '불편했던 현대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 9월 5일 메가박스는“백승우 감독의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협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관객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상영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어 온라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인 CJ ‘티빙’과 IPTV인 KT‘올레TV’에서도 갑작스레 상영을 중단했다. 이렇듯, 과거 유신시대에 횡행했던 문 화예술 통제가 2013년에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검열의 사전적 정의는‘공권력이 언론·출판·예술 등의 내용을 사전에 심사하여 발표를 통제하는 것’이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검열이란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권력의 시각에서 통제하는 것”이라며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열의 주체 또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권력이 주도적으로 검열을 했으나, 현대로 올수록 자본을 장치로 한 2차 검열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원재 사무처장은“천안함 프로젝트의 경우도 자본을 장치로 한 검열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극장이 소수 거대자본에 의해 독과점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개봉되는 영화 중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은 것들은 제한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도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판정받아 논란이 됐다.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없어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상영 금지 처분과 같기 때문이다. 대연동에 위치한 국도가람예술관도 제한상영관 중 하나였으나 현재는 예술영화상영관으로 바뀌었다. 국도가람예술관 정상길 대표는“제한상영관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인데도 제재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 영화,출판,음악 등 여러 예술 분야가 여전히 통제당하고 있다

외설이라는 잣대는 영화 뿐 아니라 출판 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1992년, 마광수(연세대 국어국문) 교수는‘음란문서 제조’라는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쓴 소설 <즐거운 사라>가 노골적인 성적 묘사 등 외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표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올해 작품을 변주하여 <2013 즐거운 사라>를 다시 펴냈다.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통제를 당하기도 한다. 지난 2008년, 국방부는 <대한민국사>, <나쁜 사마리안들> 등의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군내 반입을 금지했다. 이에 출판사와 저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했다’는 내용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국방부의 권한 행사는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사>를 펴낸 한겨레출판사 인문팀 정회엽 씨는“실제로 있었던 역사 그대로를 담은 책이 왜 불온한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며“국방부의 불온도서 지정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음악을 대상으로 한 심의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온 경우가 많다. 최근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는 대부분 외설적인 춤이나 가사로 이뤄져 있는데, 심의에 통과되는 기준이 모호하다. 비의‘레이니즘’과 동방신기의‘ 주문-미로틱’ 등은‘선정적 가사’ 혹은‘불건전 교제 조장 우려’ 때문에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렇듯 모호한 기준은 민중가요에도 적용됐다. 민중가요 그룹‘꽃다지’가 2011년에 발매한 4집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나열하는 노래인‘헤이 미스터리’가 심의에 걸렸다. 이유는‘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라는 것이었다. ‘꽃다지’의 민정연 대표는“이처럼 자본가나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용납되지 않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며 “심의제도 자체도 이해되지 않지만,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더욱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이 계속해서 통제되고 있는 현실에 전문가들은 문화민주주의의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사회연구소 이영은 연구원은“강제와 명령을 통해서는 문화를 발전시킬 수 없다”며“문화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에서 독립된 예술가의 자율성”이라고 전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사상과 예술, 나아가 인류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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