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부대문학상 시 부문 가작

목을 맨 셔츠는 숨이 끊기자 축 늘어진다

빨랫줄 사이 언뜻 보이는 셔츠의 목 언저리가 누렇다

수차례 문질러 봐도 셔츠를 달구다 끝내 흉터로 핀 땀자국 

누렇게 얼룩진 흉터는 순백의 셔츠에게 내려졌던 형량의 무게

무엇이 순백의 그를 단두대로 이끌었나

 

항상 굶주림에 앙앙대던 빨래집게는 숙연히 입을 다물고 있다 

입가에는 채 다 씹지 못한 셔츠의 살점들이

늘어진 셔츠는 초라하리만큼 가벼워 바람에 나부껴 갈 것만 같은 날

지금껏 내가 물고 있던 낡아버린 셔츠를 놓아주어야 할 것만 같은 날이다

▲ 일러스트 권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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