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설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여덟 편이었다. 현란한 속도와 화려한 스펙터클을 좇는 시대에 더디고 소박한 문학에 곁을 주는 이들이 있어 반갑고 고마웠다. 문학이 현실을 성찰하는 힘이 되는 것은 세상의 속도를 탐하기보다 거스르는 이 느림과 소박함에 있음을, 영민한 젊음들은 간파하고 공감했으리라. 공감의 진정성에 값하듯 세상의 속내를 응시하고 삶의 실질에 가닿으려는 고민을 담아낸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온전한 소설이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문제의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참신한 상상력이 발휘된 ‘이야기’가 결합되어야 한다. 둘의 만남이 실패할 때 소설은 사유가 부재한 이야기로 추락하거나, 이야기를 결여한 에세이 혹은 진부한 교훈적 서사로 머물게 된다.「시계바늘 속 순정」,「이곳 강물처럼」이 전자의 경우라면,「가짜 어른」,「민들레 꽃씨 바람에 날려」,「식인」,「구멍가게에서 꽃핀 우정」은 후자의 경우에 가까웠다. 사랑을 테마로 한「시계바늘 속 순정」이나「이곳 강물처럼」은 상처를 감당하면서도 왜 우리가 타자와 연루돼 살아가야 하는지, 관계의 의미를 천착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였다. 오히려 사유의 빈약을 낭만적 분위기로 미봉하거나 이국적인 소재주의로 만회하려는 듯해 아쉬웠다. 진정한 가족애의 회복을 촉구하는「가짜 어른」,「민들레 꽃씨 바람에 날려」는 정당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협소하고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본이 인간을 점령한 비정한 세태를 그린「식인」,「구멍가게에서 꽃핀 우정」은 우리시대의 치부를 꿰뚫는 통찰은 뛰어났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은 떨어졌다. 

  사유와 이야기의 제대로 된 결합을 보여준 작품은「두더지」와「그가 있던 수요독서모임의 내력」두 편이었다. 폭력의 먹이사슬을 끊어내려는 시도와 그 좌절을 그린「두더지」는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돋보였다. 다만 다양하게 배치한 폭력의 장면들이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한 독서모임의 시작과 파국을 통해 개인과 집단, 우연과 필연, 유명(有名)과 익명/무명(匿名/無名)의 문제를 섬세하게 추적해간「그가 있던 수요독서모임의 내력」은 이야기의 치밀함과 사유의 깊이를 탁월하게 겸비한 단연 수작이었다. 작품을 읽은 뒤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은「그가 있던 수요독서모임의 내력」을 당선작으로,「두더지」를 가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작과 가작으로 선정된 이들에게 이번 수상이 부디 좋은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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