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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파란만장하리라
  • 이예슬 기자
  • 승인 2013.11.25 18:07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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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다. 1년간의 치열하지 않았던 재수 생활은 나에게 허탈감만을 안겨주었고,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부대신문 수습기자 모집 포스터였다. 원래 기자에 대해 막연한 선망을 갖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 도전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면서 했던 다짐과 신입생으로서의 패기가 나를 신문사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기자라는 신분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신났고, 많은 사람에게 세상의 일을 전해준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가족과 친구들도 놀라워했다. 집과 학교에서 늘 잠만 자던 내가 취재를 위해 아침 일찍 등교하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귀가한다는 사실을 듣고는 ‘사람이 변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수습기자로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친구가 말했다. ‘엄청 힘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즐거워 보인다’고. 그 때 내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걱정이 너무 많은 것마저 걱정인 ‘걱정암’ 말기 환자다. 신문사에 들어온 후에도 걱정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걱정이 신문사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뻤다. 걱정이 많았기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더욱 노력했고, 부지런히 취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쳐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처음 가졌던 패기는 온데간데없었고, 왜 내가 이런 고통을 짊어져야하는지 회의감만 들었다. 기자 생활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할 일이 되어가면서 나 자신이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슬럼프라고 생각했고, 이러지 말자고 되뇌었다. 회의와 취재, 기사 작성과 조판 과정을 거치는 신문사의 1주일은 늘 숨 가쁘다. 그 때마다 수없이 많이 생각했다. 그냥 도망가 버릴까?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은 월요일 아침 정문 가판대에서 집어 드는 신문이 뿌듯해서였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였다.

8개월,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남들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경험할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두렵지 않다. 파란만장한 경험이야말로 훌륭한 기자의 조건이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기꺼이 파란만장하리라.

이예슬 기자  yeslowly@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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