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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여문 낟알이고 싶다
  • 김윤경 기자
  • 승인 2013.11.25 18:05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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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 신문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선배들께 줄곧 들어온 그‘ 낙수’라는 것은 수습기자에게 뜬구름 같은 존재였다. 수습(修習) 앞에 떨어질 낙(落) 자를 붙인 것이라 멋대로 추측할 뿐이었다.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그저 ‘수습기간이 끝나고 정기자가 되기에 앞서 쓰는 반성문’ 정도로 생각했던 ‘낙수’가 진정 나에게도 다가온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간 생각해온 ‘낙수’의 개념은 모두 사라졌다. 낙수 앞에선 나는 한없이 초라했다.

떨어질 낙(落), 이삭 수(穗). [명사] 추수 후 땅에 떨어져 있는 이삭.

낙수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과연 지금의 나는‘ 잘 여문 낟알’일까. 약 1시간가량 전에도 선배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낸지라 민망하기 짝이 없다. 신문 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기자 생활과 학업의 병행도 수면 부족도 아니었다. 나의 한계를 매주, 매일 만나게 된다는 것이었다. 금방도 그러했다. 항상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왜 늘 이것밖에 못하는지, 선배는 왜 옳은 말만해서 나를 더 부끄럽게 하는지. 나의 한계를 오롯이 마주한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싫어했고 누군가와 부딪히는 것을 기피했다. 늘 시키는대로 행동하는 나에게 부모님은 착한 딸이라는 칭호를, 선생님은 착한 어린이상을 쥐어주었다. 그러나 신문사는 나의 세계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낯선 이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말을 걸고 취재원에게 과와 실을 캐묻는다. 갈등을 쫓아 분석하고 대립된 의견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남들은 토익이다 공모전이다 스펙 쌓는다고 바쁜데 어쩌려고 그러냐’는 부모님의 잔소리는 뒷전이 된지 오래다. 살면서 이토록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을까.

그동안 취재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음은 분명하지만‘, 낙수’ 앞에 선나는 여전히 덜 여문 낟알이다. ‘신문사에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평온한 생활을 했을텐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신문사가 아니었다면 그 한계를 깨부술 기회를 얻지도 못했을 테니. 기자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 더욱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함을 또한 잘 알고 있다. ‘잘 여문 낟알’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배우고 힘쓰겠다.

김윤경 기자  yoonk93@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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