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국·공립대 신문사 편집국장 좌담회

부대신문 창간기념일을 맞아 부산지역 국·공립대 대학언론 편집국장들이 부대신문 편집국에 모였다. 부대신문 김동우 편집국장(이하 부대신문), 부산교대신문 박준호 편집국장(이하 부산교대신문), 부경대신문 권현정 편집국장(이하 부경대신문), 한국해양대신문 최지수 편집국장(이하 한국해양대신문)이 모여 대학언론의 위기와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권 침해, 국·공립대는 해당사항 없다?

▲ 부경대신문 권현정 편집국장

올해들어 유난히 대학언론이 탄압받는 사건이 많았다. 외대학보, 가대신문, 성대신문 등 사립대 언론의 편집권 침해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에 비해 국·공립대 언론의 편집권 침해 사례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부경대신문 : 부경대신문은 편집계획서를 작성해 간사의 검토를 받은 후 학교의 결재를 받는다. 기획에 대한 제재는 거의 없는 편이다. 오히려 주간교수가 ‘비판할거면 제대로 하라’고 독려해 힘이 난다.

한국해양대신문 : 많지 않지만 과거에 여러 번 편집권을 침해받은 사례가 있었다. 해양대신문의 경우 발행 전에는 주간교수나 직원이 전혀 볼 수 없으나, 신문을 읽은 뒤 본부의 격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외부발송을 금지시킨 적도 있어,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등록금 인하, 대학언론에는 악재

▲ 한국해양대신문 최지수 편집국장

국·공립대의 지속적인 등록금 동결 및 인하가 언론사의 예산삭감으로 이어진다. 예산삭감은 발행횟수나 기자 복지 등 언론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대신문도 올해 예산이 삭감돼 기자복지에 관한 비용과 발행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부경대신문 : 부경대신문은 본부에서 발행부수를 줄이자는 제안을 받았다. 기자 수당과 복지비용을 건드리지 않으려 다른 부분의 예산을 축소했다. 외부발송 부수를 파격적으로 낮췄고 횟수도 절반으로 줄여야했다.

부대신문 : 발행횟수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건비가 줄어드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학업과 기자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에 기자수당, 복지비용 등 인건비가 줄어든다면 학생기자가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학생기자를 지원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신문사에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부산교대신문 : 예산이 문제가 되더라도 외부광고를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지난해 외부광고의뢰가 들어왔다. 학생처에서는 교대신문에 자율권을 줬고 이에 내부회의를 거쳤다. 의뢰가 들어온 지면이 학생들의 여론을 담는 지면인데, 돈을 받는 것보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담자는 의도에서 광고를 받지 않았다.

 

대학언론의 위기, 밀착 보도로 돌파하라

▲ 부산교대신문 박준호 편집국장

모든 대학언론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도 있다. 학생기자라는 신분에 발굴보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발굴보도를 통해 대학사회에 의미 있는 의제를 설정해 던져야 하는 대학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긴 발행주기에 속보를 다루기도 힘들다.

부경대신문 :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집어주는 것만으로도 대학신문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데, 취재를 통해 기사로 이를 알려줘 학생들의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학생들의 제보, 피드백이 오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대학신문이 건재하다고 느껴진다.

부산교대신문 : 시의성 있는 속보 전달에도 한계를 느낀다. 발행주기가 길어 신문이 나오기도 전에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발행횟수를 늘려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부대신문 : 발행횟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미래에는 인터넷 매체가 종이신문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데, 대학언론이 먼저 발전적인 방향으로 인터넷 매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데일리뉴스를 다루는 인터넷 신문이‘ 주’가 되고, 종이신문은 속보성 기사보다는 상세한 해설, 드러나지 않은 부분의 발굴 등에 전문화된‘ 부’가 될 것이다. 실제로 부대신문에서는 이번 학기 급작스레 사퇴한 학생회장의 속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는데 아직까지도 조회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해양대신문 : 일정부분 동의하나 종이신문에 대한 의견은 다르다. 대학신문은 인터넷 신문보다 종이신문이 더욱 효과적이다. 인터넷 신문이 ‘주’가 되면 학생들이 접근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의 경우 매체가 너무 많고 볼거리도 많아, 주변에 있는 대학신문에 더욱 눈길이 갈 수 있다. 또 발행 후 수정이 불가능해 그만큼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으로 종이신문의 판형도 중요하다. 대판은 독자가 손에 들고 있는 시간이 짧고 그 수명도 짧다. 판형이 작을수록 편의성도 좋고 함부로 버리지도 못한다.

부산교대신문 : 시의성 있는 속보를 위해서 인터넷 매체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기성언론을 살펴봐도 종이신문과 인터넷 매체 간의 기사 질 차이가 큰 편이다. 인터넷신문이 ‘주’가 되면 전체적인 기사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대학언론의 3주체인 학생, 교직원, 교수를 모두 포용하려면 아직까지는 종이신문이 더 중요하다.

 

대학언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독자의 무관심

▲ 부대신문 김동우 편집국장

대학신문의 독자인 학내 구성원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학생 독자의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다.

부산교대신문 : 교대의 특성상 학생들이 학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고, 주관심사가 임용이나 교육 부분이라 기성언론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때문에 학생들의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내부회의를 걸쳐 결정한 것이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지면상에 마련하는 것이었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참여하게 된다면 그만큼 독자 수는 늘어날 것이다. 처음 읽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대신문 : 부대신문도 이번 학기 학내 구성원들이 신문에 많이 실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학생들과 학생회간의 괴리를 줄여보자는 의도로 각 학생대표의 인터뷰도 진행했었다. 개인적으로는 더욱 흥미로운 지면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해양대신문 : 교수의 사적인 부분을 인터뷰해본 적도 있다. 사적인 내용까지 담을 수 있어 해당 학과 학생들의 관심이 컸고, 교수들도 홍보에 가담해 도움이 됐다. 이외에도 지면상의 여백을, 학생들의 사연을 받아 그에 맞춰 이벤트를 해주는 코너로 활용하기도 했다. 학교생활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용역 직원분들의 인터뷰도 생각보다 파급력이 커 놀라기도 했다.

부대신문 : 매체만의 특별함이 필요한 것 같다. 경남도민일보의 경우 철저히 그 지역만의 것이다. 주민들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신문에 실린다. ‘신문 발행에 문제가 생기면 독자가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않은 신문은 존재 가치가 없는 신문’이라는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의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대학언론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그렇다면 대학언론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서울에서는 대학언론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돼있다. 지난해 대선 때에도 공동취재단을 구성해 큰 영향력을 발휘했고,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동 취재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학 내 자치언론의 활약도 눈에 띈다. 국민저널, 성신퍼블리카, 잠만경 등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언론을 구성해 신문을 만들어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대신문 : 지역단위 대학언론의 연대가 필요하다.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할 때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대학언론이 연대해 공동취재를 한 적이 있다. 개별 학교로 취재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있지만, 연대를 통해 수월하면서도 심도 있는 취재를할 수 있었다. 덩치를 키울수록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자치언론의 존재는 대학신문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대체하려 생겨난 것 같다. 대학언론 입장에서는 ‘위협’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해양대신문 :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역신문들도 연대를 통해 컨퍼런스를 개최해 혁신적인 사례를 발표하고 어려움을 공유하며 발전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가능했다. 자치언론 또한 긍정적이다. 언론이 많아질수록 민주적인 대학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 기존 대학언론이 자리를 빼앗길 수 있으나 이는 전적으로 대학언론의 잘못이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언론은 많을수록 좋다.

부산교대신문 : 대학언론 간 연대가 활성화되면 각 신문사 모두 질이 높아지는 ‘윈윈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대학언론의 가장 큰 한계가 크게 다뤄야 할 사안, 민감한 사안에 대해 취재가 힘들다는 점이다. 취재를 요청할 시 임팩트가 커져 취재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각 신문사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한다.

부경대신문 : 연대 단체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화여대신문의 경우 기성언론에서 설문조사결과를 인용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지역 대학언론의 대표적인 조직이 돼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신문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는 작은 부분부터 맞춰나가야 한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은 안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