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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문화행정, 문학이 위기에 처했다
  • 이예슬 기자
  • 승인 2013.11.25 04:24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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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정부가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해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작가와 출판업자들을 포함한 문학계 전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2010년 문학나눔사업에서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던 비평집 <바로 그 시간>의 저자 전성욱 문학평론가와 9년동안 출간한 책 가운데 총 14권이 문학나눔사업에서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산지니 출판사 강수걸 대표를 만나 문학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도약하려는 새싹 작가 죽이는 관료적 문화행정

-전성욱 문학평론가

   
▲ 문학평론가 전성욱

 

문학나눔사업은 지역 작가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나

문학나눔사업은 나눔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종의 문화 복지 사업이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주류 문단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지역작가들이라도 작품이 좋다면 작품집을 어렵지 않게 출간할 수 있었다. 선정된 작품들을 문화접근성이 열악한 곳으로 보급했기 때문에 독자들도 문화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지역과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다.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의 통폐합이 문학의 다양성을 말살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선정과정에서 지역출판사와 신인 작가를 배려했다. 따라서 학벌이나 등단지면과 같은 문단정치적 요소나 출판사의 자본 규모에 따른 차별 없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좋은 작품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상업적인 이익을 노릴 수 없는 작가의 작품들도 사후지원을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몇 개의 주류 출판사와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작가들이 중심인 현재 한국문학계에서 문학나눔사업은 꼭 필요하다.

 

문학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경우 독자들은 어떤 피해를 입게 되나

현재 영화관에 가면 자금력을 가진 배급사의 영화들만이 상영되고 있지 않은가. 이미 문학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문학나눔사업이라는 제도가 사라지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독자들의 피해는 독자들 스스로 초래하는 것이다. 폭력적인 행정 처리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문화의 공공성을 제고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유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바로 단결된 시민들의 목소리이다.

 

문화융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문학나눔사업 폐지는 어떤가

두 사업의 일원화는 문화행정의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 관료적 발상의 결과다.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이 비슷한 성격이기에 통합한다는 것은 폭력적인 동일화의 발상이다. ‘문화융성이라는 이념적 목표를 제시하고 속도전으로 그 목표를 달성해내는 식의 관료적 발상으로는 문화를 융성시킬 수 없다.

 

문학출판시장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빼앗아가는 정부

-강수걸 부산지역출판사 산지니 대표

   
▲ 산지니 강수걸 대표

 

지역출판사가 문학나눔사업 폐지에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학나눔사업이라는 제도는 작가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선정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지도가 낮거나 규모가 작은 소규모 출판사에도 큰 도움이 됐다. 2005년에 신설한 산지니에서 출판한 책도 2006년에 문학나눔사업에 선정되어 정부가 2000권을 구매해 갔다. 막 시작한 출판사에게 엄청난 도움이었고, 사회·과학에 집중하던 우리가 문학 출판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의 통폐합이 지역출판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학나눔사업은 문학과 관련해 시행된 제도 중 유일하게 지역출판쿼터제와 신인작가쿼터제를 도입했다. 일정 부분은 반드시 지역출판사와 신인작가의 작품으로 선정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문학나눔사업이 폐지된다면 자연히 이러한 쿼터제도 사라질 것이고, 수도권 출판사들과의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비슷한 성격의 사업인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하면 지원금 총액이 늘어나 더 효율적이라는데 반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지원금 총액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작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작년에 비해 올해 문학나눔사업에 할당된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수 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과 통합한다면 선정 작품 중 문학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시장에서 문학이 기타 장르에 비해 홀대받고 있는 현실에서 시나 소설을 학술·교양과 통합할 경우 지원의 폭이 눈에 띄게 차이날 것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던 문학나눔사업을 공공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은 정부가 문학계를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학나눔사업은 문학을 어떻게 활성화시킬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제도로,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민간단체가 시행했다. 하지만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은 정부가 시행하는 것이다. 민간의 자율에 맡겨 좋은 평가를 받으며 소기의 성과를 얻은 제도를 정부의 간섭 아래 놓으려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이예슬 기자  yeslowly@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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