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의 진짜 이야기 담아내지 못해 인위적⋅상업적 비판받아

▲ 이바구길 속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금’ 산복도로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아니다

관광 스토리텔링이 열풍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진짜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성을 지니지 못한 채 양산되는 이야기는 금방 사라진다. 진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내부와 외부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지난 6일, 초량 산복도로에는 아카이브센터‘ 이바구 공작소’가 문을 열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산복도로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근현대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한다. 공작소에서는‘ 6.25와 흥남 대탈출’사진전, 근현대 생활유물 전시회, 김홍희 작가의‘ 산복도로 골목’사진전 등이 열린다. 이외에도 부산에서는 계속해서 관광 스토리텔링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희(전남도립대 사회행정) 교수는“ 관광 스토리텔링의 가치는 여타 스토리텔링의 기능과 본질처럼 방문객을 유인하고 체류하게 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관광 스토리텔링은 관광지라는 공간에 한정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관광지와 관광객을 엮어주기 위함이다. 또한 단순히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 안에서 관광객들이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이정은 간사는“ 관에서 시행하는 스토리텔링 정책은 관광지의 이야기를 관광객들이 접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이야기들은 보편적인 관광 스토리텔링의 형성과정을 따른다. 먼저 부산스토리텔링협회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만들 소재를 발굴한다. 이후 소설가들에게 청탁을 맡겨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리고 관광지에 이야기를 부여, 관광객에게 전달한다. 부산광역시 창조도시기획과 김혜민 담당자는“ 역사적 배경이나 그 지역에 거주한 문화인들이 스토리텔링의 주 소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 스토리텔링은 결국 내부에서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닌, 바깥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강희 교수는“ 기존의 안내해설문처럼 판에 박힌 이야기, 관 주도의 일방적인 스토리텔링은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부에 있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아닌, 일방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이야기의 주체가 되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공간의 주인 자리에서 밀려나 구경거리가 된다.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문재원 HK 교수는 최근 발표한 ‘산복도로에 대한 동상이몽:산복도로 재현의 여러 시선들’이라는 논문에서 “감추고 싶은 나의 팬티가 낯선 관광객에게‘ 작품’으로 자리 잡는 아이러니 안에서 우리는 장소의 주체와 객체가 전도되는 현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소설가협회 옥태권 회장은“ 결국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진정성이 모자란 이야기는 금방 사라질 수밖에 없다. 관광지를 재방문할수록 관광객들은 관광지 사람들의 생활에 침투하는데, 인위적으로 가공된 이야기는 이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훈(한양대 관광) 교수는“ 관광지의 이야기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내부인 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구성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