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김재진, 시와, 2012

 

 

"지금 당신의 삶은 행복합니까?"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긍정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주위를 둘러보면 하루에도 몇 부씩이나 되는 자기소개서를 써내야 하는 바쁜 취업준비생들과 더 나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 각종 자격증, 공모전, 인턴 등에 도전하여 고군분투하는 친구들이 많다. 도전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고배를 마신 친구들이나, 성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왜 이렇게 인생이 어둡냐’며‘ 내 인생의 꽃은 언제 피는 거냐’며 속상해했다. 힘들다는 기준은 절대적일 수 없기에 비교가 불가하다지만,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옛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버티기 어려운 시절이 있다. 누구는 그 암흑기를 잘 이겨낸 과거의 기억으로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현재이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미래일지도 모른다.
 
필자에게 암흑기는 바로 얼마 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머니가 꽤 아프셨는데, 멀리서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그 소식을 수화기 너머로 들었다. 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고 초조한 마음에 그 이야기를 책장과 함께 쉬이 넘겨 버렸다. 늘 그렇듯 관절염이나, 감기 정도의 질병이겠거니 생각하며 말이다. 시험이 끝나고 그 질병이 뇌경색인 것을 알았을 때 어머니의 건강은 무너진 지 오래였다.‘ 왜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어머니 목소리가 여느 때와 달랐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라며 시험에 방해될까 소식을 알려주지 않은 가족을 원망도 해보고 스스로를 질책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남은 것은 끝없이 밀려오는 후회뿐이었다. 감옥 같았던 수험생활이 끝나고 자유란 녀석이 얼굴을 들이밀었지만 필자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을 가둔 채 모든 것과 단절되어갔다. 서너 달쯤 지났을까. 주변의 모든 것들이 침울해지거나 엉망이 되었고, 어머니의 병세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 혼란에서 필자가 먼저 벗어나야 비틀어졌던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자기계발서 수십 권을 읽어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한 전문가의 강연을 들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잘 극복되지 않았고, 또다시 좌절의 문턱을 넘나들 때‘ 넘어진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다시 일어나보자’ 하고 나를 일으켜주는 시집 한 권을 만났다. 
 
바로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이다.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은 하나같이 배려가 깊다. 우리에게 닥친 힘든 상황을 고통을 감내하며 극복하게 만들기보다 그 상황과 자신의 다친 마음을 물 흐르듯 함께 두어 내면에서부터 치유가 가능하도록 위로해 준다. 외적으로 강인해 보이는 사람이 한번 수렁에 빠지면 정말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맏이로서 의연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힘든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왔다. 힘들 때 힘들다 말하지 않는 게 어른의 미덕인 줄 알았다. 이 책이 가만가만 괜찮다고 말했을 때 억누르기만 했던 서럽고도 복잡한 감정이 눈물로 쏟아져 나왔다.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쏟아내고 나니 어느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다른 추천의 말보다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분들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한편의 시를 소개한다.
 
토닥토닥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삶이 너무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 혼자인 기분에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책의 QR코드를 스마트 폰으로 찍으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위로의 시와 치유의 음악을 함께 접한다면 우리의 고된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올봄은 모두에게 따스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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