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세포가 몸을 뜨겁게 하는 바야흐로 봄.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이론에 근거해, 지난해 개봉한 영화 <러브픽션> 속 장면을 호르몬과 연결시켜 분석해 본다.

S#1. 주월(하정우 분)은 독일에서 처음만난 희진(공효진 분)에게 첫 눈에 반한다
이 단계는‘ 정념’으로, 초기에 사람들을 이성관계로 이끈다. 여기에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 관여한다. 현성영(대구대 심리)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은 성욕과 함께 활동성, 공격성을 높인다”며“ 연애 전과 초기에 지레 터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감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주월의 행동에 테스토스테론이 관여하는 것이다. 반면 여성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여성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얼굴의 홍조를 띠게 하거나, 몸매에 굴곡을 더 주기도 한다. 정봉교(영남대 심리) 교수는“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이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보다는 서로의 매력을 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2. 채식주의자인 주월, 그러나 희진이 건네주는 고기는 서슴없이 받아 먹는다
‘연심’은 연애의 대상을 특정한 개인으로 집중시키며, 과감하게 발전시켜나가는 감정의 단계이다. 연애 3개월에 접어들었다는 윤다슬(독어교육 2) 씨는“ 연애 초반에 비해 애교도 늘었고 두근거리는 횟수도 늘었다”며 “요즘은 다른 사람을 챙겨줄 때 질투도 한다”며 웃어보였다. 이 때 활발하게 움직이는 호르몬은 바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다. 도파민은 집중력을 높임과 동시에 쾌감을 느끼게 한다. 현성영 교수는“ 도파민의 양이 많아지면 판단력도 높아져, 한 대상에 대한 정보를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과다 분비될 시집착과 질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은 항스트레스성 효과가 있어 우울증 환자에게 소량 주사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보면 가슴이 뛰고 행복해지는 것을 설명할 물질이다. 
 
S#3. 여느 연인들과 다름없이 공원을 함께 산책하며 미소짓는 주월과 희진 커플
상대방에게 편안함과 안도를 느끼는 이 과정은‘ 애정(애착)’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옥시토신이 관여한다. 옥시토신은 포옹화합물, 또는 모성애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이 포옹을 하거나 신체적 접촉을할 때 느끼는 쾌감과 따뜻함을 주는 호르몬이라는 것이다. 현성영 교수는 "출산과 수유 과정에서 분비돼 행복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보호본능과 모성애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며“ 서로를 보살피고 싶은 마음이 여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S#4. 그 후 권태기를 겪고 주월과 희진 커플은 결국 헤어지게 된다. 주월은 희진을 잊지 못하고 아파한다
실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연애 도중에 관여했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과다분비로 인해 일어난다. 미국 예시바대학교 루시브라운 박사팀은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옛 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 (f-MRI)촬영을 했다. 이들의 뇌 활성화 부위 중에는 약물중독과 관련 깊은 뇌의 영역도 보여, 실연당한 사람의 뇌는‘ 마약을 끊을 때 고통받는 사람의 뇌’와 비슷하다는 결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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