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풀코스 완주①

   
   30km를 달린 후 다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숨은 가빠오고, 정신은 멍해져서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조차 정확히 인식하지 못합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한계에 다다른 육체는 ‘그만 멈추라’ 말하고, 제 의지는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칩니다. 결국 치열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끝에 42.195km란 거리를 혼자만의 힘으로 완주하고 그 성취감에 몸을 맡깁니다.

  제 취미는 마라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저는 왜소하고 마른 아이였습니다. 174cm 58kg. 성인이 되어서도 저체중은 항상 저를 뒤따라 다녔습니다. 저에게 강인한 육체를 가진 운동선수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20살 때부터입니다. 당시 대학교에 갓 입학한 저는 동아리 공개 모집기간에 미리내골을 지나다 우연히 부산대학교 마라톤 동아리 ‘맨발로’를 보게 되었습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 그 중에서도 마라톤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의 상징이었습니다. 평소 마라톤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품고 있던 저는 그날부로 마라톤 동아리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제 마라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 몸은 말랐지만 심장과 폐는 무척 건강했습니다. 게다가 장시간을 꾸준히 달리는 마라톤의 특성상 가벼운 체중은 몸에 부담을 주지 않았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그해 저는 처음으로 하프코스(21.0975km)를 완주했습니다. 군대에 가서도 달리기는 꾸준히 했습니다. 남들은 하기 싫어하는 구보를 저는 매일 즐겁게 뛸 수 있었습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토요일 클럽 활동 시간에는 저와 몇몇 간부들이 만든 마라톤 클럽에서 매주 거리를 달렸습니다. 군 전역 후에는 더욱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빠져들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마라톤 동아리에서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온천천을 달렸고, 화요일 또는 수요일 밤에는 혼자서 온천천을 달렸습니다. 그 해 저는 부산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는 모두 참가하여 하프코스를 완주하였습니다. 그렇게 마라톤 동아리 활동을 하며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덧 2학년 2학기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가입해 있던 마라톤 동아리 ‘맨발로’의 회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회장이 된 저는 한 가지 큰 목표를 세웠습니다. 올해 안에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목표에 동아리 선배 세 명과 동기 한 명이 참여하였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는 단순히 하프코스의 두 배가 아니었습니다.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보다 세 배, 네 배, 열 배는 더 힘이 듭니다. 마라톤 동아리의 여러 선배님들께 그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제가 도전할 대회는 2008년 11월 18일에 열릴 부산 바다 마라톤 대회였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저는 곧바로 풀코스를 뛰기 위한 연습에 돌입했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대회까지 남은 약 한 달간 월요일 밤에는 학교 내부 도로를 지그재그 방식으로 뛰어 올라가며 언덕 훈련을 하였습니다. 수요일 밤에는 온천천에서 20km를 넘게 달리며 장거리 훈련을 하고, 금요일 저녁에는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빠르게 달리다가 천천히 달리는 인터벌 훈련을 하였습니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달리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줬습니다.

  - 김봉건 씨의 풀코스 마라톤 도전기가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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