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3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최근 5년간 우울증 증가율은 연평균 5.1%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70대 남성의 증가율 3.2%와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특히 20대 여성과 30대부터 50대까지 전 성별의 우울증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주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20대 남성 뿐이겠는가. '청춘의 본질은 불안’이라는 혹자의 말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허술한 교수계획표 때문에 엉뚱한 수업에 들어와 수강정정기간 동안 발만 동동 구르는 학생들이 그렇고, 정문의 한 건물에 걸린 수백 억 원 대의 소송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는 본부의 고생하시는 직원과 교수들이 그렇다. 그리고 마감은 다가오는데 취재는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부대신문 기자도 이에 해당한다. 모두가 오늘이, 내일이, 한 해가 불안하기만 하다. 

전임 총장의 ‘위대한 공사’였던 효원문화회관이 정문을 가로막은지 벌써 4년이 넘었다. ‘국립대 최초의 BTO 사업’이라는 수식어로 시작했던 효원문화회관은 안타깝게도 4년이 지난 지금은 ‘국립대 최대의 실패 사업’이라는 평가로 연일 각종 매체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런데 이번엔 좀 큰일이다. 사업에서 가장 큰 채권을 지닌 대주단이 우리학교에 436억 여원에 달하는 채무 이행을 직접적으로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전체 기성회계 규모를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채무를 지불하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정도다. 떠도는 소문처럼 등록금을 두 배로 올리던지 교직원의 월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수 없다. 본부와 총학생회는 국립대의 관리 감독을 소홀히한 정부가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공사(工事)가 학교를 다 망(亡)치고 있다.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상황은 구성원들이 학교의 곤란을 학교 바깥 언론을 통해 들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 모으고 모은 저축 통장을 깨야 한다는 사실을 집으로 날아온 신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되는 기분을 이에 비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물론 학내 언론으로제 역할을 하지 못한 부대신문의 책임도 상당 부분 클 것이다. 사업 초기 감지됐던 이상징후에 대해 제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 사건이 발생하고 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점. 모두 인정한다. 크고 깊은 사태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더이상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변명은 하지 않겠다. 

지난 11일, 연세대학교 신문 <연세춘추>는 본부의 구독료 선택납부 결정에 항의하는 의미로 1면을 백지로 발행하는 ‘강수’를 뒀다. 신문 구독료를 등록금 고지서에 따로 고지하면서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자립 기반이 취약한 학내언론에게 본부가 재정적 지원을 끊는 것은 사실상 ‘언론 탄압’이다. 집이 넘어간다는 소식을 신문을 읽고 알게 될 사람들이 더 생길 지도 모르겠다. 

학교도, 세상도 모두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고 외치는데, 시계는 왜 자꾸만 ‘거꾸로 거꾸로’ 흐르는 것만 같은지. 40여 년 전 우리 부모님 세대의 눈과 귀를 막았던 ‘그때 그 시절’의 망령은 오늘도 우리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어느 덧 바깥은 완연한 봄이다. 봄은 찬란하나 짧기만 하다. 이젠 공사(公私) 모두 한가해서 신문사도 조용했으면 좋겠다. 학교의 무사안녕을 바랄 뿐이지 절대 필자가 봄을 만끽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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