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든 도시설계든 간에 최소한 두 가지 측면들은 고려되어야 한다. 기능적인 측면과 미학적인 측면이 그것들이다. 기능적인 측면이란 우리의 삶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고 미학적인 측면이란 우리의 정신세계를 고려한 것이다. 전자에 있어서 핵심은 편리함과 경제적임이고 후자에 있어 핵심은 ‘새로움’과‘ 아름다움’이다. 경제성장에 최우선의 가치를 둔 국가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 미학적 측면의 무시다. 특히 우리가 거주하는 건축이나 도시를 설계하는 데서 정신세계의 경시현상이 심하다. 이는 건축물이나 도시의 구축물을 짓는데는 엄청난 경비가 소요되고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무시되기 때문이다. 본교의 캠퍼스 조성사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지 알아보고 현재 도대체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핵심만 살펴보자. 2013년 7월 24일에 마지막으로 열린 공청회를 기준으로 하여 기술한다.

기능적인 측면은 주로 건축공학에서 다루어지고 미학적 측면은 건축학에서 다루어진다. 도시인 경우 전자는 주로 도시공학이고 후자는 도시학이다. 건축(도시)공학의 핵심은 ‘최소의 경비에 의한 최대의 효용성’이다. 건축학(도시학)의 핵심은 건축(도시)을 통한 정신세계의 쾌적함의 획득이다. 즉 감성과 지성의 절묘한 조화의 획득이다. 기능성의 만족이 미학적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기능성의 만족에 안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여기서 더 나아가 미학적 만족감도 누리려 한다. 즉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려한다.

멀티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보노라면 기능적인 측면 쪽으로 너무 가있다. 우선 학교 안을 보자. 비전으로서 3대 항목을 제시한다. 삶의 질과 교육환경이 우수한 캠퍼스, 지속가능한 성장력을 갖춘 캠퍼스, 지역사회 연계. 캠퍼스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여 계획의 방향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보행자 중심, 그린 캠퍼스, 지속가능한 캠퍼스, 최첨단 인프라, 효율적인 시설재배치, 교통체계 개선,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 모두가 기능적인 측면이다. 교수회 안 역시 기능적인 측면을 가진 평 일색이다. 교수회 안의 특이한 점은 대학의 정신과 장기계획에 대한 평의 제시이다.

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눈을 가짐’이라는 뜻을 지닌다. 마스터플랜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보는 눈을 새롭게 하여 학교를 짓고 고친다는 계획지침서이다. 4가지의 비전과 일곱 가지 계획의 방향의 사이를 포괄할 수 있는 건축적 신개념 하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비전과 일곱 가지 계획의 방향을 그대로 지키면서 건축적 새로움을 얻는가 하는 것이 마스터플랜이 간과한 핵심이다.

건축적 새로움은 보통 기존 건축적 질서가 ‘압축과 생략’(산문적 건축을 시적으로 탈바꿈 시키는 기법, 대표적인 예로서는 윤인구 초대총장의 인문관과 무지개문 스케치)을 통해 상상과 감성이 부여될 때 일어난다. 즉 건축적 구질서에 근거를 둔 조화로운 감성이 ‘압축과 생략’을 통해 현재의 상상과 감성으로 새롭게 표출하는 것이 바로 건축적 새로움이다. 캠퍼스라는 풍경의 산문적 건축적 언어가‘ 압축과 생략’을 통해 추상의 시적 건축언어로 전환될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필자가 말하는 건축적 새로움이다. 우리가 설계회사에 억대의 돈을 주고 마스터플랜을 사는 것은 바로 이 새로움에 대한 아이디어 값이다. ‘아이디어는 돈’이다.

▲ 윤인구 초대총장의 무지개문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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