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아저씨>에 이어 <관상>까지, 이들 영화는 캘리그라피를 이용해 영화제목을 새겨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생활용품, 광고 등 일상에서도 캘리그라피가 적용되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렇게 캘리그라피가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이를 배우려는 사람들 또한 늘고 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손으로 쓴 그림문자를 의미한다. 그리스어 ‘아름답다(kallos)’와‘ 필적(graphy)’의 합성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되었으며‘ 아름다운 서체’ 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자를 다양한 굵기와 형태로 변형·배치해서 아름다움을 이끌어낸다. 정해진 서법이 없어서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서법과 형태가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종이, 붓, 벼루, 먹으로 구성된 문방사우(文房四友)로 궁서체, 판본체 등의 정해진 서법에 맞춰 쓰는 서예와는 다른 개념이다. POP(Point of Purchase) 또한 기본서체를 바탕으로 구성되고 주로 광고에 쓰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본적인 교육만 받는다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캘리그라피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캘리그라퍼 유미진 씨는 작년 겨울부터 부산진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캘리그라피 강연을 하고 있다. 그녀는 “손글씨, POP 등의 활동을 하다가 최근 트랜드가 캘리그라피로 이동하면서 활동영역을 넓혔다”며 “일반인들도 간단히 배워 활용할 수 있고, 충분한 연습을 통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오프라인 및 온라인 강좌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학을 통해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사람도 있다. 캘리그라퍼 오은미 씨는 독학을 통해 캘리그라피를 연습하다가 캘리그라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학로 축제나 프리마켓에서 캘리그라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고 본인이 가진 고유한 글씨만으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캘리그라피의 인기요인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뽑았다. 연2캘리그라피연구소 이세연 소장은“ 캘리그라피는 기계적인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며 “다른 디지털매체와 달리 감성을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시대의 문자는 단순히 의사표현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캘리그라피는 글자의 의미와 작가의 감정까지 담아내기 때문에 고유의‘ 감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오은미 씨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까지 수행한다”며 감정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캘리그라피를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캘리그라피는 디자인적 요소로서 다른 상품이나 이미지와도 쉽게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로고 및 타이틀, 시계, 도자기 등 생활용품 디자인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새로 변경된 우리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캘리그라피로 써진 ‘그대 우리의 꿈이어라!’라는 슬로건을 찾아볼 수 있다. 김민정캘리그라피디자인연구소 김민정 소장은 “캘리그라피는 상품화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사용될 수 있다”며“ 다른 예술분야와도 결합해 새로운 예술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성과 디자인적 요소를 겸비한 캘리그라피는 다양한 부가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연2캘리그라피 연구소는 국내 시장을 넘어 캘리그라피 상품을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세연 소장은 “단순히 ‘글’의 차원을 넘어‘ 이미지’의 개념으로 확대해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도 캘리그라피를 한국의 문화상품으로 소개하기 위해우리 고유의‘ 붓’을 사용해 전시와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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