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방송협회(NHK)는 2010년 이후 다큐멘터리‘ 무연(無緣)사회’를 몇 차례 시리즈로 방송해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그들의 심금을 울리었다고 한다. 이는 연이 없다는 말 그대로 가족과 지역사회, 그리고 장기 불황으로 평생직장에서 불의에 밀려나 회사 동료와도 유대가 희박해져 혼자 고립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오늘날의 일본 사회상을 매우 적확하게 표현한 어휘로서, 일본의 대표적인 연간사전이며 용어사전인“ 현대용어의 기초지식”이 선정한 2010년 신어…유행어 대상 TOP 10에도 올랐다.

수상자는 NHK 무연사회 제작팀이었는데, 당시 선정에는 다음과 같은 해설이 덧붙어져 있었다. 올해 일본인들을 가장 크게 놀라게 한 것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고령자에 관한 문제였는데, 가정 붕괴가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진 지 이미 30년이 지났고 고독사는 이제 30대의 젊은 세대로까지 퍼져 있으며 부모와 자식 사이에 아동 학대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오늘날 일본 사회는 전통적인 혈연과 지연의 끈끈한 유대를 잃어버린 것일까? NHK의 캠페인 보도는 이와 같은 매우 슬픈 현실에 꼭 때맞춘 내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혈연과 지연은 공동체의 상부상조 시스템으로 기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연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 묶고 없는 사람은 솎아내는 폐쇄성과 배타성을 띠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인연에서 멀어지는 무연사회의 배경에는, 핵가족화… 장수화 및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비혼화에 따른 단신 세대의 증가, 가족이나 이웃과의 대면보다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교류하는 생활양식의 변화 등이 있다. 그래서 가족이 있더라도 연락하지 않고 지내거나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없어 긴급할 때도 도움을 청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춰주는 고독사 문제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20세기의 종신고용제에 뒷받침되고 있던 일본의 사연(社緣)은 우리에게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일본의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로 우리에게는 학연이라는 것이 있다. 학연도 혈연 등과 마찬가지로 순기능만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최근 무연사회와 고독사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다소의 역기능을 인정하면서도 잃어버린 인연에 대해 그리움을 표출한 것이며 이를 되찾고 싶다는 사회적인 갈망으로 읽을 수 있다.
 
다른 인연들이 메마르는 가운데 이번 신학기에 우리 대학과 학연을 맺은 신입생들을 무척 반기고 싶다. 부산대학교는 고등교육에 목마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부산대학설립기성회가 모태가 되어 다른 국립대학들보다 앞서 1946년 5월 부산대학으로 개학한 학교다. 이러한 자발성과 선구성의 교풍에다 항도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기상까지 몸에 익힌 19만 여 동문들은 현재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새내기들이 이곳 새벽벌에서 힘껏 배우고 익혀 학연을 올바르게 가꾸고 지켜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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