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구 연산9동에 위치한 좁은 골목, 한 상가 건물 3층에는 연산동 마을공동체‘ 어울마당’이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는 아담한 카페가, 오른쪽에는 아기자기한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주민들이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성호(연산동, 10) 어린이는“ 학교를 마친 후에는 엄마와 함께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항상 재미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어울마당은 지난 2005년 같은 동네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엄마 17명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엄마들이 여성으로서 삶의 주체가 되고 마을의 주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8년을 지속해온 이 모임은, 현재 12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 공동체로 성장했다. 주형영 지부장은“ 모임의 주체가 주민들이었기 때문에 꾸준히 유지해 올 수 있었다”며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서로 지속적으로 소통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 어울마당 회원들은 지역의 특색이 담긴 물품과 친환경생활용품 판매를 통해 운영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마을기업‘ 커피가 있는 마을가게 소풍’은 지난 2011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소풍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며 활발한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평소에는 카페처럼 운영되며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 △친환경 생활용품 △안전한 먹거리 △재활용품 등도 판매한다. 생일잔치를 위해 공간도 저렴하게 대여하며 통기타, 리본공예 등 재능기부를 통한 전문 강좌도 매주 시행한다. 소풍 운영을 통한 수익금은 모두 주민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데 사용된다. 소풍의 박혜숙 총괄매니저는 “회원뿐만 아니라 비회원인 마을 주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라며“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강사를 자청하는 등 마을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고 전했다. 
 
어울마당은 소풍 운영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을 위해 교육 공간‘ 우리 동네 도서관’을 마련했다.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직접 식품의 성분을 공부한 뒤 홍보활동을 하거나, 안전한 통학로를 위해 통계자료와 설문자료, 대안을 구청에 제시해 직접적인 성과도 이뤄냈다. 이외에도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마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행사의 규모를 줄이고 자체적으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주체인 회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마을기업으로 인정해 내려주는 지원도, 공동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달라 자체적으로 끊어버렸다. 주형영 지부장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공동체를 형성한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항상 고민하면서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며 “‘마을기업’이라는 이름보다 마을 주민들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진짜 마을기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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