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사람이 있다면' (도서관 저자와의 만남)

 

두꺼운 법전과 냉철한 판결문. 과연 법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곳일까? 여기, 차가움과는 거리가 먼 ‘우리네 변호사’가 있다‘. 뚜벅이변호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조우성 변호사는 17년 간 변호사로 일하며 느꼈던 가슴 벅찬 이야기들을 그의 저서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에 담았다. 그는 지난 7일 우리학교를 찾아 법정 뒷이야기와 경청의 힘을 전했다.

조우성 변호사의 강연 키워드는‘ 에토스(ETHOS)’와‘ 경청’이었다. 에토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수사학>에 등장하는 ‘설득의 삼각형’ 중 한 꼭짓점에 해당한다. 조 변호사는 나머지 꼭짓점인 로고스(LOGUS)나 파토스(PATOS)보다 에토스를 더 중요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말, 논리 등을 뜻하는 로고스와 듣는 이의 감정을 뜻하는 파토스 이전에, 말을 하는 사람의 매력이나 신뢰도를 뜻하는 에토스가 높아야 성공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에토스는 단시간에 갖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평상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떠한 색깔과 어떤 이미지로 비쳤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에토스는 각각 Empathy(경청), THoughtful(지혜로운), Objective(객관적, 목표지향적인), Self-improving(지속적인 노력)의 요소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경청’에 대한 조 변호사의 생각은 각별했다.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강력한 욕구는 바로 존중받고 싶은 욕구다. 즉, 존중받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이므로 이것이 경청의 중요성과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경청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의미를 찾았다. 경(傾)의 뜻은 ‘기울이다’로, 상대의 말을 잘 듣기 위해 몸을 기울이는 순간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청(聽)을 살펴보면, 귀(耳)와 눈(目)과 마음(心)이 포함돼있어‘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공감하는 것’이 경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 변호사는 경청이 변호사에게 더욱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속에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고 있지만, 자기 생각에 확신을 얻기 위해 말을 한다”며“ 변호사 초반에는 답을
주기에 급급했지만, 이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통해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이는 의뢰인이 결정에 함께 개입하게 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강연의 핵심을 잘 드러내기 위해, 조 변호사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옷걸이 하나를 띄웠다. 아무런 옷이 걸려있지 않은 새하얀 옷걸이였다. 그는 옷걸이를 가리키며 “우리 모두가 하나의 옷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가 그것을 벗었을 때 여전히 남아있는 나만의 힘이 있는지, 그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가 주장하는 발가벗은 힘, 나력(裸力)과 에토스는 단지 높은 직위나 화려한 언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배려와 경청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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