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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위해 소비하는가소비에 환멸을 느끼는 당신에게
  • 김수진 사회학과 강사
  • 승인 2013.11.11 17:56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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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진(사회) 강사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 때로는 다양한 이유를 대며 다양한 종류의 많은 물건들을 산다. 그런데 꼭 내가 사려는 혹은 방금 돈을 주고 산 이 물건이 필요한 것인가.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이것을 사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혹은 단지 지금 쓰는 것이 조금 유행에 뒤처져 보이기에 더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온갖 합리화나 정당화의 이유를 둘러대며 간절히 원하던 물건을 손에 넣고 난 뒤에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낀 적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왜 원하는 물건을 샀는데도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드는 것일까? 그리고 이것만 사고 나면 한동안은 더 이상 아무것도 사지 않을 수 있을 같았지만 또다시 무언가를 사고 싶어지는 마음이 슬며시 생기는 것은 왜일까? 언제부터인가 무언가를 산
다는 것은 현대인의 생존에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을 넘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점점 생존에 필요한 상품의 목록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사고 써버리는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현대인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위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칠 때, 한 번쯤 소비한다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아래에 소개할 책들을 통해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소비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강신주 지음)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와 관련된 내용-도시, 유행, 쇼핑 등-을 소개함으로써 무언가를 소비한다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깨닫지 못하게 하고, 또한 소비 자체가 우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현대(자본주의)사회의 소비를 다각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는 네 명의 사상가들 (짐멜, 벤야민, 부르디외, 보드리야르)의 이론과 자본주의 사회의 속내를 예민한 감식안으로 묘사했던 네 명 (이상, 보들레르, 투르니에, 유하)의 문학가들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교직시키며 논의를 전개한다. 자본주의적 일상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감성적 직관이 엮인 이러한 논의를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적 소비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상처들과 그 상처들을 가리는 거짓 욕망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통스럽지만 돈과 자본주의적 소비가 주는 상처들을 직시하게 되며, 자본주의적 욕망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필자가 소비사회학 강의를 맡게 되면서 주 교재로 사용했다. 친구의 소개로이 책을 읽게 되면서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소비사회학 강의를 하게 된다면 꼭 이 책을 교재로 사용하겠다고 다짐한 대로(?) 한 학기동안 학생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 다소 생소한 학자들과 문인들이 등장하여 쉽게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여러 사상가들과 문인들의 다양한 시야를 통해 소비와 사회, 자본주의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 일러스트 권나영
 
   
 
1년간 소비하지 않고 살아남기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에 관한 이론적 내용을 다룬 책이라면, <굿바이 쇼핑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주디스 러바인 지음)은 그 소비(가 주는 상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기록물이다. 평범한 소비자였던 저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분위기가 가득한 뉴욕의 거리를 양손 가득 쇼핑백을 쥔 채 걷다가 넘어지면서 더러운 물웅덩이에 그 쇼핑백을 빠뜨린다. 바삐 걷는 사람들 틈에 주저앉아 흩어진 물건들을 줍던 그녀는 문득 소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된다. 왜 소비해야 하나? 무얼 위해서 우리는 소비하나? 그녀는 사회에 만연한 소비 권하는 분위기-무언가를 사야하며, 사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에 의문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녀의 도전‘, 아무것도 사지 않는 1년’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남자친구 폴과 함께, 생필품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쇼핑하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 1년을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수한 프로젝트의 결과, 주디스와 폴은 물건을 구매할 때에만 대접받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자신의 소비가 불러오는 결과에 대해 고민할 줄 아는 시민이 되었다. 소비자에서 시민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개인적이고 일차원적인 수준에서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소비로 인해 야기되는 과정과 결과에 대한 통찰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소비란 무엇이며, 그를 위해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것을 뜻한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소비사회학 강의를 맡게 되면서‘ 나도 한번 해봐야 겠다’는 마음에 몇 개월간 소비금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주디스처럼 생필품 목록을 작성하고, 쇼핑을 끊기로 마음먹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필자는 아주 많은 유혹에 흔들리게 되었고, 그 때마다 의지의 나약함에 실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비사회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고백하였듯이 살까말까를 수없이 되뇌어 보다가 결국 프로젝트 기간 중 신발 한 켤레를 사고 말았다. 이내 후회하긴 했지만, 몇 달 간의 금욕(?) 생활 이후 산 신발이라 그 당시는 어찌나 좋던지(그 신발은 지금도 잘 신고 다닌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소비라는 것이 단순한 개인적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소비하지 않기’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는 실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들 함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데, 나 혼자 도시락을 먹거나, 차를 마시지 않으며 뒤풀이에 참석하지 않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프로젝트를 비교적(?) 성실히 수행했다는 것, 새삼 소비의 사회적 차원에 대해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는 점, 프로젝트 종료 후 조금 덜 소비하게 되고 대신 기부를 더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필자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꼭 직접 실천 하지 않더라도 소비하지 않기라는 것의 가능성에 대해, 소비자라는 위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이 책을 자주 권하는 편이다.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저자 덕에 부담 없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상처 받지 않을 권리>가 어렵게 읽힌다면 이 책은 조금 더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왼쪽부터) 소비를 다각적인 차원에서 다룬 짐멜, 벤야민, 부르디외, 보드리야르이다
 
   
 
게으른 환경주의자가 지구를 살린다
‘소비 하지 않기’라는 것을 통해 소비가 가진 허점, 사회와 소비의 관계, 소비사회에서 받는 상처를 벗어나는 개인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눈을 크게 떠보자. 소비사회에서의 상처가 단지 사람들에게만 향하는 것일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역시 소비사회가 주는 상처를 감내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소비로 인한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이 바로 그 상처의 결과이다. 소비와 생태, 이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에코의 함정- 녹색 탈을 쓴 소비자본주의>(헤더 로저스 지음)는 이제 생태주의마저 집어삼킨 소비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서 헤더 로저스는 돈을 주고 친환경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게으른 환경주의자”라고 명명한다. 이들은 유기농으로 표시된 먹을거리를 사면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고, 바이오 연료가 생태계에 이로우며,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자신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친환경자동차나 생태 건축, 재생에너지 기술은 결함이 있거나 활용하기에 값이 너무 비싸서 대중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로저스에 따르면 친환경 물건을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단지 소비를 통해서 지구도 이롭고 소비자도 이로울 수 있다고‘ 믿고 싶은 행위’일 뿐이다. 저자는 우리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구조와 정치 구조를 무시하고, (녹색 마크가 찍힌 물건을 사는) 소비가 우리와 자연을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대책 없는 낙관론인지를 철저하게 파헤친다. 헤더 로저스의 지적은 지구에 이로운 사람이 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뼈아픈 진실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진정으로 지구 환경을 위한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하고 귀중한 성찰을 담고 있다. 저자는 소비를 통해 지구를 구원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자체가 소비자본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진정으로 지구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 아마도 현대인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금의 소비생활을 지속할 것이며, 이러한 현대인의 소비생활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것, 개개인의 개성의 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믿는 현대사회의 소비패턴들이 과연 정말로 개인적인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위의 책들을 통해‘ 소비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 현대 소비사회에서 나는 어떠한 모습인지 스스로 한 번쯤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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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사회학과 강사  press@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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