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기부의 만남 '크라우드 펀딩'

 

▲ 일러스트 김솔잎

5. 18 민주화운동 희생자 2세들의 복수를 주제로 한 영화 <26년>의 엔딩 크레딧에는 1만 5천여 명의 이름이 올라간다. 이 이름들은 모두 크라우드 펀딩‘ 제작두레’를 통해 영화가 제작, 상영될 수 있도록 십시일반으로 지원해 준 사람들이다. 제작두레는 영화사 청어람이 제작비 모금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약 4개월간 진행된 펀드 모금에 1만 5000여 명이 총 7억여 원을 모았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가리킨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19만 건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있었다. 국내의 경우 2011년부터 크라우드 펀딩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의 크라우드 펀딩 산업을 분석해봤을 때, 금액을 기준으로는 대출 형식이, 프로젝트의 양으로는 후원 형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피빈재단 유혜지 씨는“ 소셜 네트워크가 비교적 빠르게 퍼진 우리나라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이 자리 잡기 좋은 배경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의 금융 투자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일반 투자는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주목적으로 하고 금융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긴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은 수익성보다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회 문제나, 펀드를 만드는 수혜자의 이야기에 동감하는 정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주로 여러 사람의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 인당 투자 금액도 일반 투자에 비해 다소 적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은‘기부’와도 차이점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원은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가 일정한 ‘보상(Reward)’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와 기부의 중간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상은 보통 기념품이나 투자비의 일부, 문화활동에 대한 소셜펀딩의 경우 작품을 받거나 초대권의 형태로 받을 수도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유형 중 가장 흔한 것이 영화 <26년> 제작두레와 같이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유형이다. 작품의 제작이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모금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그다음으로 널리 퍼진 P2P 금융은 일정한 금액을 필요로 하는 개인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연을 올리고 상환의지를 보이면 그에 따라 한 명 혹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는 기간이 지나고 나서 상환 의무가 있으며 때에 따라 이자를 임의로 붙이기도 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최근 문화·예술 분야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의 서원영 운영자는 “크라우드 펀딩은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모금 외에도 창업, 발명 등에도 사용된다”며“ 드라마나 음원 제작 등 여러 방면으로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도 크라우드 펀딩이 더 각광받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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