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총장직선제 폐지’ 결정에 반발하며 총장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을 벌였던 우리학교 교수들이 212일간의 농성을 철회했다. 그 결과 본부 측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했던‘ 총장직선제 폐지’를 철회하겠다는 뜻의 합의 내용을 이끌어낸 바 있다. 경북대학교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경북대학교 교수회는 총장 직선제 폐지를 강행했던 경북대학교 함인석 총장에 대해 불신임 총투표를 계획했다. 본부와의 협의 끝에 직선제폐지 학칙을 재.개정하기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대학의 의사 결정권자에 정작 학생이 없는 현실은 현재진행형이다. 경북대신문 대학부장에게 이에 대해 들어 봤다. -편집자 주
 

필자의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옆집 가서 우리 남편 욕하기’ 스킬을 시전하는 것이다. 피는 못 속이는 법. 필자도 비슷한가 보다. 필자가 다니는 대학이 경북대인 관계로 부대신문 지면을 빌어 함인석 총장 욕을 좀 해야겠다. 최근 경북대에 가장 뜨거운 핫이슈는 바로 총장직선제 폐지 논란에서 비롯된‘ 교수회의 총장 불신임 투표 보류’다.

교수회가 총장을 불신임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는 가지 않지만 함 총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부터 법인화, 총장직선제 폐지 문제로 지속적인 본부-교수회간 다툼이 있었다. 교수 총투표를 통해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대의사를 표했음에도 함 총장은 직선제 폐지를 강행한다. (부산대도 마찬가지겠지만) 총장직선제 폐지에 따른 학내여론은 들끓었고 국정감사에서까지 논쟁이 이어진다. 2012년 11월~12월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총장 선출규정 제정을 요구했는데 이에 함 총장이 교과부에 총장 선출 계획을 제출한다. 하지만 이 과정 중 계속해서 교수회의 반대의사를 무시했고 감정에 골이 깊어짐에 따라 교수회는 ‘함 총장 불신임 총투표’시행이라는 강수를 둔다. 결국 본부는 교수회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고 불신임 총투표를 유보한다. 사건은 교수회와 본부 간 협의체를 만들어 총장직선제 폐지 학칙 재.개정을 협의한다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이 결정은 부산대에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듯하다. 부산대 교수회는 7개월간의 농성 끝에 2012년 6월 28일 시행된 교수 총투표 결과를 실현했다. 또한 총장임용후보자 선출을 위한 제반 학교 규칙을 제.개정할 위원회를 교수회와 협의하여 만들고, 차기 총장 선출 시기 1년 6개월 전후인 2014년 6월까지 동 위원회가 만든 제.개정안을 제도화하는 절차를 모두 마치도록 한다는 조건으로 7개월 간 점거했던 총장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총장직선제와 관련한 한바탕 소란이 지나갔다. 분명 대학 민주화의 꽃인 총장직선제의 부활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그 이후에는 총장직선제가 어떻게 개편될까? 관계자의 논평이 가관이다.“ 어떻게 개편되기는 뭘 어떻게 개편돼. 학생들은 국물도 없어” 희생이 적으면 발언권도 적어지는 법이다. 이제 직선제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발언권은 더욱 없어질 것이다.

이번 총장직선제 투쟁과정에서 주체는 교수회와 총장이었다. 학생들의 관심은 저조하다 못해 안중 밖이었다. 부산대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본부-교수회의 구도 속에서 학생들의 총장선거 참여보장이나 참여 확대를 주장하며 교수회의 투쟁에 함께하는 학생회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제 좀 시원하다. 김기섭과 함인석의 독단적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사학교수(김기섭)와 의학교수(함인석)간의 편차도 존재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내린 독단적 결정이다. 무관심했던 총학에도 박수를 보낸다. 대학 민주화의 첨병은 교수회가 아니라 학생회이고, 학생회에 소속된 학생들이어야 마땅하다. 어떻게 하면 더욱더 민주적인 대학이 될 수 있을까? 대학 민주화의 갈 길,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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