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역사에 대해 아주 무지몽매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삼점일절? 그게 뭔데요?” 3·1절을 삼점일절로 읽는 너는 대체 뭔데요? 어떤 뉴스의 인터뷰에서 한 학생이 실제로 저지른 발언이다. 세상 누가 삼일절을 모르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역사 지식의 결핍은 상상 그 이상이다. 심지어 안중근 의사는 그들에게 ‘굿닥터’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과거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인식하며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그리고 어느 정도의 애국심이나 민족정체성을 고양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훈이 없는 역사 학습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비단 한국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역사학은 인문학의 기초이며 모든 학문과의 연관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중요한 역사 교육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청소년기의 모든 것이 입시로 귀결되는 사회 풍토일 것이다. 쉽게 말해 인문학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을 기계에 접목시켜 스토리가 있는 스마트 기기들을 만들어 성공하였고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다녔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EO 빌 게이츠 또한 비록 중퇴했지만 하버드 대학에서 IT 분야가 아닌 법학과 역사학을 전공했고 자신의 경영이나 발명의 대부분이 역사학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역사학은 경영력과 상상력 등에 있어 아주 유용한 바이블이 된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사를 수능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집중이수제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아니어서 학생들이 잘 배우려 하지 않고, 또 집중이수제라고 하여 국사 과목을 1학기 만에 씹어 먹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으므로, 역사를 심도 있는 이해를 바라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한 해결방안은 되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수능을 위한 한국사 과목을 공부하려면 암기에 치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암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암기에 그친다는 점이 문제다. 역사란 각각의 시점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집합이 아닌 연속된 일련의 이야기이다. 이 얼마나 배우기 쉬우며 재미있는 과목인가? 그런데 어째서 무슨 영어 단어 외우듯이 사건들을 외우고, 연도를 외우고만 있어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독일에서는 역사를 배워 과거를 이해한 뒤 현재의 문제를 점검하고 해답을 찾는 역사 교육의 본질에 부합하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미국 남부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연극이나 현장답사 등의 각종 체험학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 외에도 상당히 창의적이고 역사에 대한 암기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응용이 잘 융합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수능을 위한 역사 교육이 아닌, 더 먼 미래를 위한 역사 교육이 시급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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