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덕담에도 사회적 압박 느껴져

   

  명절이 가까워지면 정재엽(경영 4) 씨는 “어른들이 ‘아직도 놀고 있냐?’고 묻는 것이 싫어  친척 집에 가기 싫다”고 토로한다. 가사노동 때문에 고통 받는 주부 뿐만 아니라, 요즘은 대학생들도 명절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 년에 한 두 번 보는 친척 어른들은 “취업은 언제 하니?”, “그 학과를 나와서 어디에 취업 할 수 있니?” 등과 같은 질문을 자연스레 던진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평소에도 받고 있는 사회적 압박을 친척들이 모인 명절에도 들어야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진다.
 

  나경환(기계공 01, 졸) 씨는 “남들은 다 하는데 넌 왜 취직 안하니?”라는 질문을 받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이연화(사회) 강사는 “산업화 사회에서 친척들과 친밀한 교류가 없는 상태일 때 대화의 주제가 취업, 외모 등 현대사회의 잣대에 한정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새시대예술연합 김태일 씨는 “대학생이 가족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로 인식될 때, 대학생에게 가족의 존재가 짐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는 세상 속에서 내 가족만큼은 경쟁에서 우위에 서길 바라는 마음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고 ‘어른들’의 마음을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 승자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모순된 표현으로 어른들이 대학생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른들과 대학생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제구 건강가족지원센터 정여진 총괄팀장은 “사회적인 잣대가 아니라 ‘더 예뻐졌네’와 같은 칭찬을 먼저 한다면 대화의 질과 명절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대안을 내놓았다. 이기숙(신라대 가족노인복지) 교수도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관심과 위로의 말을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재치 있게 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에 김지은(생물교육 3) 씨는 “친척들이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며 “관심을 가져줘 고맙지만 나를 믿고 지켜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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