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이하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지적하며 ‘폐기할 수 밖에 없는 교과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닌 인간 가치와 관련된 학문이다. 정치적 문제를 떠나 삶의 지표가 되는 것이 역사인식이다. 역사문제연구소 배경식 부소장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하고, 나아가 삶에 있어 가치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역사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삶의 지표를 찾아 나가는 청소년 시기에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학생들의 역사인식 문제는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6월 <서울신문>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49명)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하는 등 청소년들이 역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인식의 근본인 교과서마저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세력 싸움’이라는 단순한 시각의 서술로 이뤄진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HK연구교수는 “청소년들이 단순한 시각으로만 서술한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면 사고가 한쪽으로 굳어질 수 있다”며 “특히 교과서에서의 역사 서술이 단순화되는 것은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지양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일러스트=권나영


이처럼 교과서가 학생들의 사고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매체임에도 그 검정제도는 부실한 실정이다. 검정업무량에 비해 인원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개발 및 심사 기간도 짧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윤현진 선임연구위원은 “교과서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고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필자의 자격 조건 강화가 우선”이라며 “개발 기간, 검정위원 수와 심사 기간의 확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는 이미 검정을통과해 다음 해부터 교육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에 일선 교사들의 근심도 쌓여가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홍옥경(모라동, 46)씨는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잘못된 내용을 교육해야 한다는 것에 벌써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전했다. 교과서 채택에서도 교사의 자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일선 교사들이 교과서를 살펴보지만 선택할 권한은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 최종적으로 채택하는 것은 학교 윗선의 몫이다”고 주장했다.

학생과 학부모 또한 걱정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박이선 부회장은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과거를 살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교과서가 사실조차 정확하게 짚어주지 못하니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황명윤(온천동, 15)씨는 “같은 과목임에도 교과서의 내용 자체가 바뀐다니 혼란스럽다”며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훈(구서동, 17) 씨도 “이때까지 배워왔던것과 다른 내용이 교과서에 나온다면 거부감이 들 것”이라며 “사용해오던 교과서로 공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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