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자본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올해는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5.5~1883.3.14) 사망한지 130년이 된 해다. 마르크스와 그의 대표 저작인 <자본론>은 오랫동안 억울한 오해를 받아왔다. 자본주의를 전복시키고 전체주의를 옹호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오해 속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를 파괴하려는‘악마’로 <자본론>은 악마의‘금서’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여기 마르크스와 <자본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조금 더 쉽게 읽는 방법에 대해 김완(경제)강사가 정리했다. -편집자 주


 

군사독재 시절엔 ‘악마의 마법서’였던 <자본론>

필자는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시대에 학창 생활을 했다. 이 당시 남북 대립은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심했고, 학교라는 것도 군사훈련장의 하나였다. 교련이라는 군사훈련 과정이수, 반장·학생회장의 명칭 대신 소대장·중대장·대대장의 호칭 사용, 매월 1회 시행되는 내무사열이라는 이름으로 선·후배 간 위계적으로 군기잡기, 매년 한 번씩 군부대처럼도 교육청에서 훈련 상황을 점검하는 교련검열, 이 교련검열 한 달 전부터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뙤약볕 운동장에 전교생이 함께 총검술, 제식훈련으로 시간을 보냈다. 육체적인 군사훈련을 합리화하는 정신적·이데올로기의 강요도 함께 이루어졌다. 박정희 대통령은 신격화된 구국의 영웅이었고, 북괴(북한)는 대한민국을 파괴하려고 하는 악의 집단이었다. 북괴를 악의 집단으로 만든 원초적 원흉은 마르크스였고, 그가 만든 ‘악마의 마법서’는 <자본론>이었다. 그 ‘악마의 마법서’는 인간의 정신을 부정하고 물질로 보는 유물론이라는 방법론으로 서술돼있다. 유물론은 사람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합리화하여, 공산독재체제하의 피의 살육 잔치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마땅히 금서로 지정되어야 했다『. 자본론』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란음모를 꾀하는 불순분자가 되었고 사회에서 격리되어 구속·수감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 마르크스가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년 전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질 때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생각한 그 마르크스가! <자본론>의 판매량이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급증했고, 독일에서는 유명인 초상화가 들어간 마스터카드 중 마르크스 얼굴이 들어간 카드가 가장 많이 신청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1999년 영국 BBC방송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2008년 교수신문이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선정된 <자본론> 어떤 책인가? 과연 ‘악마의 마법서’인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해부한 <자본론>

첫째 일반적 오해와 달리 <자본론>은 공산주의 혁명을 찬양하고 그 방법론을 기술한 책이 아니다. 공산주의사회의 모습이 이러하다고 그린 책도 아니다. 『자본론』은 자본주의 그 자체를 해부하는 책이다. 1권 ‘자본의 생산과정’, 2권 ‘자본의 유통과정’, 3권 ‘자본주의적 생산의 총 과정’의 형태로 구성된 책엔 사회주의라는 항목은 하나도 없다. <자본론>은 이윤의 원천, 이윤을 증가시키는 자본가의 수단과 방법,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노동자계급 상태의 변화 등을 과학적으로 해명하고자 했고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불황·실업·빈곤·노사대립을 분명한 형태로 설명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거대한 물질적 발전을 가져왔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 낸 막대한 부가 때가 이르면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우리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품은 차고도 넘쳐 새로운 소비처를 찾아 지구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는 우리 시대에 부의 불평등이 극적으로 심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게 됐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안정성과 희망에 대한 믿음을 우리가 잃은 현재, 이 책은 낡아빠진 옛날 책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걸작일 수밖에 없다.

▲ 일러스트 권나영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인간해방을 노래한 <자본론>

두 번째 ‘인간성을 말살하는 악마의서’와 <자본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르크스가 가장 좋아했던 경구는 “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였다. 우치다 & 이시카와 교수가 함께 쓴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라는 책 서문에서 마르크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성숙한 어른’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 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성숙한 어른이란 “충분한 능력도 있고, 지혜도 갖추고 있고, 주위에서 모두를 존경과 신뢰를 보내는 사람, 나아가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을 자기만의 이익이 아니라 주변의 힘없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어라? 마르크스는 유물론자가 분명한데 유물론이란 인간의 정신을 부정하고 물질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인간을 수단화한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것은 마르크스 유물론에 대한 명백한 오해다. 그는 정신 또는 의식의 힘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물질과 정신과의 관계를 주목했다. 인간의 물질적인 생활이 인간의 의식을 규정하며, 인간의 합목적적인 의식 혹은 정신은 다시 인간의 물질적인 생활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그의 유물론의 핵심이다. <자본론> 1권에서 그는 “거미는 직포공들이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하며 꿀벌의 집은 인간 건축가들을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가장 서투른 건축가를 가장 훌륭한 꿀벌과 구별하는 점은 사람은 집을 짓기 전에 미리 자기의 머릿속에 그것을 짓는다”라고 주장한다. 즉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것은 본능에 따른 활동이 아니라 의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의식적 활동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는 ‘유적 존재(현실의 개체적 인간이 추상적인 공민을 자기 안에서 되찾은 상태)’를 꿈꾸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인간이 공보다 사를 우선하지만 진정한 인간해방은 공과 사가 일치된 상태라고 보았다. 그는 자본가 조차 단순한 타도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자본가야말로 끊임없이 축적하지 않으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자본의 인격적 대리인이자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산 정상에 올려놓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처럼 축적의 노동을 해야 하는 저주받은 계급으로 묘사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계급해방은 바로 자본가의 ‘시지프스적 형벌’에서 해방하는 인간해방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오히려 인간을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고 가정하고 시작하는 현대주류 경제학이야말로 인간을 수단화하는 이론의 전형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상품일 수밖에 없는 인간도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임금 수준과 취업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한다. 노동력 공급이 과다하면 실업자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고 각 개인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조건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굶어 죽든지 그것은 개인 각자가 결정해야 한다. 이런 시장에 국가나 사회가 절대 개입해서는 안된다. 사회에 의한 최저임금보장은 노동력의 수요를 더 줄일 뿐 아니라 최저임금 때문에 가난한 인구는 줄어들지 않아 실업의 문제를 장기적으로 더 악화시킬 뿐이다. 쓸데없는 인간의 자비심 때문에 가난한 사람만 더 늘어나고 결국에는 사회 전체가 파산하게 되어 공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이웃이 굶주려 죽어가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에게서 ‘양심’과 ‘염치’를 뺏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각자의 이기적 행동이 오히려 사회를 더 인간답게 만든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집이 없어 변두리로 쫓겨나는데 자기만 안락하겠다고 더 큰 집을 사고 또 사재기 하는 사람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으로 내몰리는데 수 억대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사외 이사란 이름으로 더 많은 돈을 챙기는 자들, 힘들여 개발한 제품이 대자본 공세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중소기업을 보면서 겨우 ‘중소기업 고유 업종 (대기업진출제한 업종)’ 선정하는 일마저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대한 간섭이라고 강변하는 염치없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행복한 사회일까?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자본론

<자본론>은 우리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고정관념은 ‘고장난 관념’이다. 진취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이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전제하고 넘어가는 것들 자체를 의심했다. 그는 사물을 한쪽 방향에서만 보는 것을 경계했다. 마르크스를 읽음으로써 자신의 갇힌 ‘우리’를 발견하는 기쁨을 표현한 우치다 교수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마르크스를 읽고 있으면 스스로의 사고 틀이 외부의 충격으로 덜컹 흔들려서 벽에 균열이 생기고 철창이 휘어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중략)··· 마르크스가 나를 우리 밖으로 꺼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는 내가 우리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죠. 스스로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이상,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수를 궁리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 법이니까요.”

어떻게 <자본론>을 읽을 것인가?

내가 갇혀 있는 ‘틀’을 깨는 충격의 기쁨을 얻기 위해서는 읽어봐야 한다. 그런데 <자본론> 어떻게 한번 도전하고 싶지만 읽기가 난해하다고 하는 소문이 들려 도전해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제치하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고등학생들이 스터디를 조직해서 <자본론>을 함께 읽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 현재 대학생, 그것도 국립대 부산대학생이 어려워 읽지 못한다는 것은 넌센스가 아닐까?

그리고 <자본론> 강독을 위한 쉬운 해설서들도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다.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자본론의 세계>,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 등 중 아무 책이나 한번 읽어보면 <자본론>의 전체상을 하루 만에 이해할수 있다. 그런 다음 자본론을 읽으면 보다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론> 시작인 제1권 ‘제1편 상품과 화폐’는 여러분을 지루하고 당황하게 만들 수있다. 마르크스도 <자본론> 서문에서 “첫 부분이 항상 어렵다는 것은 어느 과학에서나 마찬가지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1편의 140페이지 정도의 분량은 쉽게 읽어내기가 어렵다. 이미 해설서를 한번 읽었으므로 이 부분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면 가볍게 넘기고 제2편부터 읽어 나가면 된다. 제2편부터는 쉽다. 그리고 당대의 풍부한 사례 이야기가 많아 재미있고 우리시대와 비교하면 한층 흥미롭다. 사실상『 자본론』에서 마르크스가 교정까지 손수 정리한 책은 1권이 유일하고 마르크스 사상 및 경제이론의 정수가 있기 때문에 다른 2, 3권은 읽지 않더라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자본론> 제2권은 자본의 회전과 재생산표식들을 다루고 있는데,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위 해설서들의 설명들로 그냥 넘어가자.

<자본론> 제3권은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자본주의 경제법칙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1권을 독파했다면 그냥 읽어가도 어려움 없이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번 <자본론>을 읽고 처음 1권 1편부터 다시 정독하게 되면 예전에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난해했던 부분들이 쉽게 머리에 들어오고 “스스로 사고 틀이 외부의 충격으로 덜컹 흔들려서 벽에 균열이 생기고 철창이 휘어지는”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판 <자본론> 서문에 있는 아래의 말로 글을 맺고자 한다.

“학문 하는 데에는 평탄한 길이 없으며, 가파른 험한 길을 힘들여 기어 올라가는 노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빛나는 정상에 도달할 가망이있습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주의>

 

임승수, 시대의창, 2011(2판)

 

지난 9월 교양 강의 수강생에게 국정원에 고발당하는 헤프닝을 겪었던 임승수 씨가 쓴 교양 <자본론> 해설서. 철저히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자본론에 등장하는 난해한 개념들을 확실하게 정리한다.

 

 

 

 
 
<Hi, 마르크스 Bye, 자본주의>
강상구, 레디앙, 2009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과 ‘노동가치설’ 등 <자본론>의 핵심 내용들을 구어체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시사만화가 손문상의 삽화가 이해를 돕는다.
 
 
 
 
 
 
 
 
 
 
<자본론의 세계>
강신준, 풀빛, 2001
 
 
 
 
 
20여 년에 걸쳐 <자본> 독일어판 원전을 완역한 동아대학교 강신준 교수의 입문자를 위한 <자본론> 해설서. 앞의 두 책보다는 다소 설명이 어려울 수 있지만 더 명확하고 심층적인 분석으로 <자본론>의 현대적 의미에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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