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부산대학교를 방문한 노벨 문학상 수상작 ‘대지’의 작가 펄벅은 우리 캠퍼스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라고 했다. 그 아름답던 캠퍼스는, 부끄럽게도 지난 34년간 황폐화되어 왔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건학정신과 대학정신을 상실하고 방향없이 허겁지겁 캠퍼스를 난개발해 온 결과이다. 이렇게 가장 아름다운 유산을 잃어버린 대학이 과연 시대와 국가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을 길러낼 수 있겠는가?

윤인구 초대 총장님께서는 롱펠로우의 시 ‘화살과 노래’를 좋아하셨다. 그리고, “사랑하는 청년들의 가슴속에 내 노래가 남아 있을 수만 있다면, 교육은 한평생 몸바쳐도 좋은 것이다”라고 늘 말씀하셨다고 전해진다. 스승은 제자들을 위해 불러줄 가슴속의 노래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혼자 책을 보면 다 알 수 있는 전공지식만 가르친 것이다. 20년 넘게 그렇게 살아왔으니 회한이 앞선다. 아인슈타인은 “교육은, 학교에서 그가 배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린 후에도 기억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엔 가입국 128 개국 중 127위의 국민소득의 나라, 아프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들보다 더 열악했던 우리의 현실은 문맹률70%, 국민소득 67달러, 일제 침탈과 6.25를 거치며 모든 것이 거덜난 나라였다. 초대 총장 취임사의 표현처럼 ‘이토록 비참한 현실의 생’ 바로 그 자체였다. 아무도 미래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은 아무도 꿈 꿀 수 없을 그 때 꿈을 꾼다. 그리고 그것을 노래한다. 그 노래를 듣는 이들이 살아난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그것은 거대한 합창이 된다. 그렇게 이루어 낸 것이 우리 부산대의 장전동 캠퍼스 시작의 역사이다. 꿈이 그려진 캠퍼스 그림을 위트컴 장군이 샀다. 위대한 꿈은 반드시 그 꿈을 사는 사람이 나타난다.

우리는 초대 총장님의 DNA를 이어 받아야 한다. 지금의 모든 상황을 넘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꿈꾸어야 한다. 캠퍼스 중앙에는 10만평 이상의 공원이 생긴다. 금정산의 맑은 물이 캠퍼스를 돌며 아름다운 수변 경관을 만들며 흘러간다. 작은 호수와 연못도 있다. 거기에는 오직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 새소리, 계곡의 물소리가 있다. 캠퍼스 좌우에는 독수리의 두 날개처럼 부산대학의 각 단과대학건물이 금정산과 조화롭게 들어선다. 아파트는 가려진다. 금정산의 나무를 옮겨와서 정문에서부터 인문관, 또 그 뒤로 울창한 숲이 들어선다. 우리는 이 공원에서 쉼을 얻는다. 이 원대한 꿈속에서, 현실적인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애초에 캠퍼스 면적 10% 정도만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규모의 캠퍼스 2030 계획이 있었다. 교수회에서는 캠퍼스 비전 2050으로 계획을 원대하게 수정하자고 제안하고 본부와 합의했다. 이제 전체 면적의 60-70%를 대상으로 새로운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그 속에서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계획해야 한다.

부산대학교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지고 또 가장 위대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하는 대학이 되기를 원한다. 윤인구 총장님께서 천 년을 내다보시며 그렇게 설계하셨다. 이 건학정신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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